[2013/11/08] 우리말) 결혼과 혼인

조회 수 7419 추천 수 0 2013.11.08 10:07:07

혼(婚)은 장가든다, 인(姻)은 시집간다는 뜻으로 ‘혼인’이라고 하면 남녀가 장가들고 시집간다는 뜻이 다 들어있어서 평등한 개념인데 ‘결혼’이라고 하면 남자가 장가든다는 뜻만 있고 여자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표현이 없는 남녀 차별적인 개념이다.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쌀쌀하네요.

지난 주말에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갔던 제 조카가 오늘 돌아옵니다.
꽃잠 자며 말머리아이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네요. ^^*

지난주에 조카 결혼 이야기하면서 문제를 냈는데,  
신시민문화학교 대표이자, 선비문화학회 사무국장인 육철희 님이 
결혼이 아니라 혼인이 맞다는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여기에 그 글을 옮깁니다.
http://koya.egree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1094

[혼인예식은 남녀평등의 시작]

“혼례는 공경하고 신중하며 바르게 한 뒤에 친하게 되니 이것이 예의 대체이고 남녀의 구분이 이루어지는 까닭은 부부의 의를 세우는 것이다. 남녀가 유별한 뒤에 부부의 의가 있고 부부의 의가 있고 난 뒤에 부자의 친함이 있고 부자의 친함이 있은 후에 군신의 도가 바르게 된다. 그러므로 혼례는 예의 근본이다.” 
위는 <예기>에 모든 예절의 시작은 부부가 되는 혼례에서부터 비롯됨을 강조한 말이다. 통과의례인 관혼상제 가운데 특히 혼례는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 하여 특별하게 여겨져 왔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던 남녀가 만나 또 하나의 가정을 이루는 일이고 두 집안이 하나로 합하는 일이니 당연히 중요한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혼인의 의미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채 무조건 화려하고 예쁘게만 예식을 치르려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서 먼저 요즘 사람들이 ‘혼인(婚姻)’이라는 말은 잘 쓰지 않고 대부분 ‘결혼(結婚)’이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살펴보자.   

혼(婚)은 장가든다, 인(姻)은 시집간다는 뜻으로 ‘혼인’이라고 하면 남녀가 장가들고 시집간다는 뜻이 다 들어있어서 평등한 개념인데 ‘결혼’이라고 하면 남자가 장가든다는 뜻만 있고 여자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표현이 없는 남녀 차별적인 개념이다. 그러니 결혼이라는 표현을 하는 것은 은근히 여자 쪽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뜻이 되는 것이므로 이를 분명히 알고 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특히 여자들은 결혼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 스스로 차별을 당해도 좋다는 표현이 될 수 있음을 깨닫고 이제부터라도 절대로 ‘결혼’이 아닌 ‘혼인’을 쓰도록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우리 조상들은 남녀가 한 가정을 이루어 살면서 훌륭한 부부가 될 것을 첫째, 천지신명에게 맹세하고 둘째, 양가 부모에게 맹세하고 셋째, 상대방 배우자에게 맹세하는 신성한 의식을 거치게 하였는데 이를 혼인의 ‘삼서(三誓)정신’이라고 한다.  

혼인하는 시간도 양을 대표하는 해와 음을 대표하는 달이 만나는 시간(해와 달은 하루에 새벽과 저녁 두 번 만난다) 중에 저녁 시간인 유(酉)시 곧, 5시~7시를 택해 치렀는데 이는 음과 양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하려는 배려였다. 또 남녀의 짝을 배필(配匹)이라고 하는데 유(酉)시에 나(己)의 짝(配)을 맞이한다는 뜻이다.  

혼인할 때 남자(신랑)는 양이므로 해가 뜨는 동쪽, 여자(신부)는 음이므로 달이 뜨는 서쪽에 서게 하는데, 현대식 예식을 하는 일반예식장에 가보면 어쩐 일인지 남녀의 자리가 반대로 되어있다. 그렇게 남자가 서쪽 여자가 동쪽에 자리를 하는 것은 사람이 죽으면 살아있을 때와 반대가 되는 무덤자리에 드는 꼴이다. 그러니 일반 예식장에서 하는 대로 예식을 치르는 것은 잘못이다. 일반 예식장에서도 남녀의 자리를 바로잡아 혼인의 의미를 제대로 살려야 할 것이다.   

전통혼례에서 남녀가 맞절을 할 때 여자는 두 번씩 두 차례 남자는 한 번씩 두 차례 절을 한다. 이에 대해 남녀차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는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남자는 양이므로 양의 기본수가 1이며, 여자는 음의 기본수가 2인데 통과의례 등 큰 의식에서는 기본회수의 갑절을 하는 것이므로 남자는 1의 두 배인 두 번을 여자는 2의 두 배인 네 번을 하는 것이지 여자를 차별하는 것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혼인을 하고 나면 부부간의 나이는 의미가 없어지고 부부가 그 격이 같아지는 것으로 인식하였다. 그래서 부부간에는 말부터 존대하게 하여 서로를 존중하도록 하였다. 부부가 서로를 높이면 부부의 격이 함께 올라가고 서로를 업신여기면 부부의 격이 함께 떨어진다고 여긴 때문이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집중적으로 기계에서 물건을 생산하듯이 치러지는 현재의 혼례문화와 혼례를 치른 당일부터 부부가 함께 외박 곧 신혼여행을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깊이 생각해보고 조상들의 배려와 존중의 정신이 서려있는 우리 전통혼례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음에는 전통 관례와 성년의 날에 대한 의미를 알아보기로 한다.

[그린경제/한국문화신문 얼레빗=육철희 기자]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조류인플루엔자 살처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일요일이라서 우리말편지를 쉬려고 했는데,
하도 안타까운 소식이 있어서 또 편지를 쓰게 되네요.
경기도 안성 닭 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또 나왔다는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농가의 어려움도 클 테고, 죄없이 죽어야 하는 닭들도 불쌍하고......

정부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농장의 닭 13만 3천 마리와 
반경 3km 이내 28개 농가의 가금류 10만 7천여 마리를 살처분하고 
반경 10km 이내 가금류와 달걀 등 생산물의 이동을 통제한다."라고 합니다.

오늘은 살처분 이야기 좀 해 볼게요.
죄없이 죽어가는 동물을 생각하면서...

이미 감 잡으셨겠지만
'살처분'이라는 낱말은 국어사전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다음 뉴스에서 살처분을 뒤져보니,
3,001개의 기사가 나오네요.

이 '살처분'은
죽일 살(殺 ) 자와 "처리하여 치움"이라는 뜻의 처분을 합친 낱말입니다.
게다가 처분은 處分(しょぶん[쇼붕])이라는 일본 낱말에서 왔습니다.
굳이 뜻풀이를 하자면 "죽여 없앰" 정도 되겠죠.

정부에서 먼저 썼는지 언론에서 먼저 썼는지는 모르지만
살처분은 좀 껄끄러운 낱말입니다.

중앙일보에서는 
'살처분'이란 말보다는 '도살 매립' '도살 소각' 따위로 풀어쓰는 게 좋겠다고 하고,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2542383
농림부에서는 '강제 폐기'로 바꾸자는 법안을 내 놓은 상태라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도 맘에 안 듭니다.
그냥 '죽여 없앰'이라고 쓰면 안 되나요?
살처분이나 도살 매립, 도살 소각, 강제 폐기...... 뭐가 다르죠?

바로 이런 경우,
우리말에 없는 낱말을 만들어야 하는 이런 경우에,
정부와 언론이 신중해야 합니다.
'노견' 대신 '어깨길'을 만들 생각을 하지 말고,
'갓길'을 찾는 데 더 힘을 써야 합니다.

학자들이 머리 맞대고 알맞은 낱말을 찾거나 만들어야겠지만,
저라면,
'묻어 없앰'이나 '죽여 없앰'을 쓰겠습니다.

좀 다른 말이지만,
대부분의 의대에는 동물 위령비가 있습니다.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기술을 만들면서 실험용으로 쓴 동물들의 넋을 위로하고자 만든 비입니다.
미안한 말이긴 하지만, 그렇게 죽어간 동물들은 인간을 위해 기술이라도 발전시켰죠.
이번에 조류인플루엔자가 왔다고 그 둘레 몇 km 안에 산다는 까닭만으로 죽어간 닭은......

저는 오늘 하루만이라도, 아니 편지를 쓰는 지금 이 순간 만이라도 죄없이 죽어간 동물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1.
수를 적을 때는 '만(萬)' 단위로 띄어 씁니다.
보기) 십이억 삼천사백오십육만 칠천팔백구십팔
12억 3456만 7898
그래서
'10만 7천여 마리'라고 10만과 7천여를 띄어서 썼씁니다.

2.
Avian influenza의 우리말은 
조류독감, 가금인플루엔자, 조류인플루엔자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2004년 8월 농림부에서 
'조류인플루엔자'로 통일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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