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18] 우리말) 멀거니와 멀겋다

조회 수 5856 추천 수 0 2013.11.18 09:03:44

"정신없이 물끄러미 보고 있는 모양."을 이르는 낱말은 '멀거니'입니다.
이를 '멀건히'로 쓰는 때가 잦습니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그리 많이 논 것 같지는 않은데 벌써 주말이 지나가고 월요일 아침입니다.
아직 정신이 덜 들긴 했지만, 오늘부터 며칠 열심히 살면 또 쉬는 주말입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삽시다. ^^*

우리말에 '멀겋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1. 깨끗하게 맑지 아니하고 약간 흐린 듯하다.
2. 국물 따위가 진하지 아니하고 매우 묽다.
3. 눈이 생기가 없이 게슴츠레하다.
는 뜻을 지닌 그림씨(형용사)입니다.

이와 헷갈리는 어찌씨(부사)가 '멀거니'입니다.
"정신없이 물끄러미 보고 있는 모양."을 이르는 낱말로
혼자 멀거니 앉아 있다, 이마를 짚고 책상 위를 멀거니 내려다보니...처럼 씁니다.
이 '멀거니'를 '멀건히'로 쓰는 때가 잦습니다.

월요일 아침입니다.
혼자 멀거니 앉아 잠이 덜 깬 사람처럼 멀건 눈망울을 하고 있지 말고 정신 바짝 차리고 일합시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내 사랑 현아 씨!]

어제 제가 충남대학교 교수 공채에 응모했다가 떨어졌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저야 제 실력이 부족하고 그럴만한 깜냥이 안 되기에 떨어졌지만,
그 사실을 아내에게 말하기는 쉽지 않더군요.

차마 말할 용기가 없어서,
휴대전화 문자로 써서 보냈더니,
바로 전화를 했더군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충남대가 사람을 볼 줄 모르네요.
당신 같은 사람을 몰라본 충남대가 운이 없는 것이지 
당신이 운이 없는 것이 아니니 기죽지 마세요.“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별 말 않고 전화를 끊었지만,
코끝이 찡해지며 눈은 벌써 충혈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부부고, 그래서 서로 사랑하면서 사나 봅니다.

오늘은 제 아내를 생각하면서 사랑타령이나 좀 해 볼까요?

'이성의 상대에게 끌려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 마음의 상태'가 바로 '사랑'입니다.

이 '사랑'은 15세기 한글 자료에도 나타나는데,
'생각하다'와 '사랑하다'는 뜻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요즘은 사랑하다는 뜻만 남은 거죠.
이것은 국립국어원에서 그렇게 보는 것이고,
다른 책을 보니,
사랑하다는 '사람을 생각한다'는 뜻이었는데,
생각 사(思) 자와 헤아릴 량(量) 자를 써 사량으로 쓰다가
그게 변해 '사랑'이 되었다고도 하더군요.

국어학자가 아닌 저는 사랑의 뿌리가 뭔지는 잘 모르겠고,
오늘은 제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사랑을 품은' 낱말이나 좀 알아볼게요.

사랑옵다 : 생김새나 행동이 사랑을 느낄 정도로 귀엽다
굄 : 유난히 귀엽게 여겨 사랑함.
굄성 : 남의 사랑을 받을 만한 특성
넨다하다 : 어린아이나 아랫사람을 사랑하여 너그럽게 대하다.
다솜 : '애틋한 사랑'의 옛말. 
돋가이 : 사랑이나 우정이 도타이, 돈독히, 두텁게
두남받다 : 남다른 도움이나 사랑을 받다. 
멋진 말이니 일부러 기회를 만들어 한 번씩 써 보세요.

내 사랑 현아 씨!
사랑해요. 
전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당신만을 사랑할 겁니다.
굄 받을 짓만 골라하는 지안이 원준이를 그느르며 
서로 돋가이 의지하고 기대면서 행복하게 살아갑시다.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외치고 싶은 말,
현아 씨! 사랑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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