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두루말이 화장지/두루마리 화장지]
이번에 집을 옮겼더니 가끔 집에 오시는 분들이 화장지를 사오시네요. 술술 잘 풀리라는 뜻으로 화장지를 사오시고, 거품처럼 잘 일어나라는 뜻으로 비누를 사오신다고 합니다. 제 일도 그렇게 잘 좀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
화장지를 보면 대부분 둥글게 말려있죠? 그런 것을 '두루말이'라고 할까요, '두루마리'라고 할까요? '달걀을 부쳐서 돌돌 말아 놓은 음식'은 '달걀말이'인데...
여기에는 재밌는 게 숨어있습니다. 우리 맞춤법은 '소리나는 대로 적되 어법에 맞게 적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말다는 뜻이 살아 있으면 '말이'라고 써야 하고, 그런 뜻이 없어졌다면 '마리'라고 소리나는대로 써야 맞습니다.
그래서 달걀을 부쳐서 돌돌 말아 놓은 것은 '달걀말이'가 맞습니다.
우리가 자주 쓰는 화장지에 말다는 뜻이 살아 있을까요? 그런 뜻이 남아 있으면 '두루말이' 화장지가 맞고, 그런 뜻이 없어졌다면 두루마리' 화장지가 맞는데......
사전도 제각각입니다. 야후 사전에 보면, '두루마리'를 표제어로 올려놓고 낱말 풀이에는 '두루말이'를 썼습니다.
다음 사전에는 '두루마리'만 표제어로 올라있습니다.
한글학회에서 만든 우리말큰사전에는 '두루말이'가 맞다고 되어있고,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두루마리'가 맞다고 되어 있습니다.
제가 가진 민중서림에서 나온 사전에는, 두루마리가 맞다고 나와 있네요.
어느 게 맞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올해도 여러분 모두 두루마리 화장지 풀리듯 모든 일이 술술 풀리길 바라고, 더불어서 잘 풀리는 여러분 일에 저도 꼽사리 좀 끼워주세요. ^^*
우리말123
보태기) 국립국어원에서는 제가 푼것과 좀 다르게 설명했네요. 아래는 국립국어원 묻고 답하기에 있는 글을 따온 겁니다.
'계란말이, 멍석말이'에서는 '계란, 멍석' 등이 추출될 수 있으나 '두루마리'에서는 '두루'가 단독으로 추출될 수가 없습니다. 즉 '두루마리'의 '두루'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두루마리'의 의미가 '가로로 길게 이어 돌돌 둥글게 만 종이'라는 점에서 부사 '두루'와 '말이'가 합쳐진 말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서 '멍석말이, 계란말이' 등은 합성어이지만 '두루마리'는 단일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