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섟]
안녕하세요.
어제 정신 차리고 정부조직개편안을 다시 보니, 이게 보통 문제가 아니네요.
한 나라 백성의 건강과 국토환경 보전, 식량주권 확보를 위해 반드시 농업이 필요하거늘 수십 년 동안 개방정책으로 내리막길에 있는 농업에 소금을 뿌려 놨으니 농민의 삶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고, 몇 년 뒤 곧바로 백성의 삶으로 다가올텐데...
게다가 없어진 기관을 보니 농촌진흥청, 국립수산과학원, 국립산림과학원이네요. 이 기관의 사람 수가 3,000명이 넘습니다. 줄이겠다는 공무원의 반 가까이 됩니다. 1차 산업이고, 당장 경제성이 없어 보이는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군살'을 뺐네요. 지금이 아무리 산업사회고 정보사회라지만, 1차 산업과 연구기관을 없앤 사회가 얼마나 지탱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우리말에 '섟'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불끈 일어나는 감정"입니다. 곧, 열 받는 겁니다.
거니채지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일터가 없어지는 것이야 마뜩잖아도 어쩔 수 없다고 보지만, 한 나라의 기둥을 뽑아버리려는 아둔한 짓에 섟이 이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거니채다 : 어떤 일의 상황이나 분위기를 짐작하여 눈치를 채다.) (마뜩잖다 : 마음에 마땅하지 아니하다.)
덴덕지근한 섟이 삭기에는 아직 이른가 봅니다. (덴덕지근하다 : 매우 더러운 느낌이 있어 개운하지 못하다.)
1차 산업, 먹을거리를 무시하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그 피해는 고스란히 누구에게 가는지...
어지럽네요.
성제훈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