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
"아빠, 누가 이걸 버렸지? 지구가 아파하겠네?" "그러게 누가 엘리베이터 안에 쓰레기를 버렸을까? 그러면 안 되는데... 그치?"
오늘 아침에 저와 34개월 된 세 살배기 제 아들이 나눈 이야기입니다. 이 녀석은 길을 가다가도 쓰레기만 보면 "지구가 아파하는데... 누가 버렸지?"라면서 안타까워합니다. 어젯밤에는 뜬금없이, "아빠랑 같이 자니 행복해요."라고 말해 제 코끝을 찡하게 만든 귀여운 녀석입니다. ^^*
이런 고운 마음을 오래도록 지니고 있으면 좋으련만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면서 되바라지겠죠? 그렇게 되기 마련이지만, 그 게 좀 늦으면 좋겠습니다. 착한 제 아들 입에서 "지구가 아파한다."는 고운 말을 오래도록 듣고 싶습니다. ^^*
나이가 들면서 까지기 마련인가요? 그게 마땅하겠죠? 아닌가요? '까지기' 마련인가요, '까지게' 마련인가요?
사전에 보면, '기'는 씨끝(어미)으로 그 말이 이름씨(명사) 노릇을 하게 합니다. 혼자이기는 해도 외롭지 않다, 밥을 먹기 싫다, 사람이 많기도 하다처럼 씁니다. 곧, 이름씨(명사) 이다로 쓰여 어떤 것을 지정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게'도 씨끝입니다. 앞의 내용이 뒤에서 가리키는 사태의 목적이나 결과, 방식, 정도 따위가 됨을 나타내죠. 추운데 따뜻하게 입어, 든든하게 먹어야지, 행복하게 살아라처럼 씁니다.
문법으로 따지면 그런데 실제 쓰임은 '하기 나름이다'는 맞고, '하게 나름이다'는 틀립니다. '하기 때문이다'는 맞고, '하게 때문이다'는 틀립니다. '하기 십상이다'는 맞고, '하게 십상이다'는 틀립니다. 그러나 '하기 마련이다'와 '하게 마련이다'는 둘 다 맞습니다. 왜 그런지는 설명을 못하겠습니다. 그냥 그래요... ^^*
깔끔하게 설명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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