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팽개치다]
안녕하세요.
'팡개질'이라고 아세요? 먼저, '팡개'는 "논밭의 새를 쫓는 데에 쓰는 대나무 토막"입니다. 한 끝을 네 갈래로 갈라서 작은 막대를 '十' 자로 물려 묶은 것을 흙에 꽂아 그 사이에 흙이나 돌멩이가 찍히게 만들어 이 흙이나 돌멩이를 새에게 던집니다. 그게 '팡개질'이죠.
이 낱말이 바뀌어 '팽개치다'는 낱말이 되었습니다. "짜증이 나거나 못마땅하여 물건 따위를 내던지거나 내버리다."는 뜻과 "하던 일 따위를 중도에서 그만두거나 무엇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아니하다."는 뜻입니다. 그는 처자식을 팽개치고 홀로 달아났다, 김 씨는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을 팽개치고...처럼 씁니다.
'내팽개치다'는 낱말도 있습니다. "냅다 던져 버리다."는 뜻과, "돌보지 않고 버려 두다."는 뜻이 있습니다.
제가 오늘 이 낱말을 소개한 까닭이 있습니다. 어제 제 일터에서 몇 분이 퇴출 대상이라는 꼬리표를 달았습니다. 현장지원단으로 가셔서 3개월 뒤 다시 평가를 받게 됩니다.
가슴 아픈 것은 현장지원단으로 가시는 분들을 우리 손으로 골랐다는 겁니다. 어찌 보면 내 손으로 그분들을 내팽개친 겁니다. 그게 가슴 아픈 겁니다. 죄송합니다.
어떤 정치인 말씀대로 부디 살아 돌아오시길 빕니다. 3개월 동안 마음 가다듬으시고 농민을 섬기고 국민을 모시는 마음을 다잡고 돌아오시길 빕니다. 부디 내팽개쳐지지 마시고 꼭 살아 돌아오기길 빕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그동안 아픈 가슴 부여잡고 기다리겠습니다. 꼭 돌아오십시오. 건강하고 밝은 얼굴로 꼭 돌아오십시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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