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저승꽃과 검버섯]
안녕하세요.
오늘 치 서울신문에 보면 '각각 생일이 빨라 실제로는 한 살 씩 터울이 있고...'라는 기사가 있습니다. 생일이 '일러'가 맞고, '터울'은 한 어머니의 먼저 낳은 아이와 다음에 낳은 아이와의 나이 차이를 뜻합니다. 아무에게나 '터울'이라는 낱말을 쓰면 어머니를 욕 먹일 수 있습니다. ^^* '씩'은 앞말에 붙여 써야 합니다.
말 나온 김에 어머니 이야기로 편지를 풀어볼까요? ^^* 며칠 전에 고향에 갔다가 어제 새벽에 올라왔습니다. 부랴사랴 올라오느라 밝은 불빛 아래서 어머니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올라왔습니다. (부랴사랴 : 어찌씨, 매우 부산하고 급하게 서두르는 모양.)
저는 두 달에 한 번꼴로 고향에 가는데, 이번에 어머니 얼굴과 손을 보니 검버섯이 유달리 많이 보이더군요. 저게 다 누구 때문에 생긴것인데... 라는 생각을 하니......
흔히 나이 드신 어르신의 살갗에 난 거무스름한 얼룩을 '저승꽃'이라고 합니다. 저승에 가실 때가 다 된 분의 살갗에 생기니 그런 험한 이름을 달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썩 달갑지 않은 이름입니다. 사전에도 없는 낱말입니다. 노인의 살갗에 생기는 거무스름한 얼룩은 '저승꽃'이 아니라 '검버섯'입니다. 검버섯을 병원에서는 '지루각화증'이라고 한다네요.
이번에 고향에 간 게 아버지 제사 모시러 간 길이라 어머니에게 있는 검버섯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띄었나 봅니다. 그런데도 저는 이제는 잘 걷지도 못하시는 어머니를 홀로 남겨놓고 또 차를 몰았습니다. 일터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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