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엉터리 자막]
안녕하세요.
오늘은 편지가 좀 늦었죠? 일터에 나오자마자 이승돈 박사와 후반기 과제관리 일정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편지를 미처 못썼습니다. 편지 짧게 쓰고 오늘 일 들어가야겠네요. ^^*
어젯밤에 집에 들어가 씻으면서 텔레비전을 보니 눈에 거슬리는 게 보이더군요. MBC, 11:47 "술의 힘을 빌어"라고 이야기했고, 자막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빌어'가 아니라 '빌려'가 맞습니다.
'빌다'에는 1. 바라는 바를 이루게 하여 달라고 신이나 사람, 사물 따위에 간청하다. 2. 잘못을 용서하여 달라고 호소하다 3.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길 바라다. 는 뜻밖에 없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OOO에게 감사하고...'에 쓸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빌리다'는 1. 남의 물건이나 돈 따위를 나중에 도로 돌려주거나 대가를 갚기로 하고 얼마 동안 쓰다. 2. 남의 도움을 받거나 사람이나 물건 따위를 믿고 기대다. 3. 일정한 형식이나 이론, 또는 남의 말이나 글 따위를 취하여 따르다. 는 뜻이 있습니다. '술의 힘을 빌려'가 맞습니다.
MBC에서 자막이 엉터리라서 바로 KBS로 돌렸습니다. 거기서도 사람 눈을 피곤하게 만들기는 마찬가지더군요.
KBS, 11:57 '...하길 바랬다'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바래다'는 "볕이나 습기를 받아 색이 변하다."는 뜻입니다. 빛바랜 편지, 색이 바래다, 종이가 누렇게 바래다처럼 씁니다.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바램'이 아니고 '바람'입니다. '...하길 바랐다'가 맞습니다.
제 눈을 더는 힘들게 만들고 싶지 않아 11:58분에 텔레비전을 끄고 왼팔에는 딸내미를 눕히고, 오른팔에는 아들 녀석을 눕힌 채 잠들었습니다.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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