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엉터리 자막]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오늘은 오랜만에 텔레비전에서 본 엉터리 말 몇 개 알아볼게요.
6월 26일(금) 밤 11:20, MBC 다르다와 틀리다를 가르지 못한 채 썼습니다. 같은 방송 11:33, 1Kg이라고 나왔습니다. 무게 단위는 KG이나 Kg가 아니라 kg입니다.
토요일, SBS, 오전 9:37 반죽이나 밥, 떡 따위가 끈기가 많다는 뜻을 이야기하면서 '차지다'고 해야 할 것을 '찰지다'고 했습니다.
일요일, KBS2, 저녁 6:24, '트롯'이라고 했습니다. 대중가요의 하나인 성인가요는 트롯이 아니라 트로트입니다.
일요일 저녁 6:34, KBS2, 어떤 한 가지 일에 몹시 열중하는 사람 또는 그런 일은 마니아(mania)인데, '메니아'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5분 뒤 '6. 13'이라고 나왔습니다. 월 다음에 점을 찍듯이 일 다음에도 점을 찍어 '6. 13.'이라고 해야 합니다.
일요일 저녁 MBC, 6:57, '안절부절 하는...'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다고 할 때는 '안절부절못하다'고 해야 합니다.
일요일 저녁 KBS, 7:44, '가방을 매다'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어깨에 걸치거나 올려놓다는 뜻의 낱말은 '매다'가 아니라 '메다'입니다.
일요일 저녁 KBS, 7:52 정답을 맞추고...라고 했습니다. 그것도 고등학생들이 주로 보는 도전골든벨에서... 입은 맞추는 것이고, 정답은 맞히는 것입니다.
주말에 애들과 놀다 잠시 텔레비전을 봤는데도 이렇습니다. 도대체 어디에 정신을 팔고 방송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텔레비전 보는 사람을 만만하게 보는 게 아니라면 이렇게 엉터리 자막을 내 보내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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