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오늘은 '삐비껍딱'이라는 분이 보내주신 편지를 함께 읽고자 합니다.
제목 : 발자국 소리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잠시 시간이 나서 메일 보냅니다. 제가 저번에 어르신 책을 교정한 적이 있는데 그 책 제목이 '추억의 발자국 소리'였답니다. 그런데 발자국 소리는 잘못된 말이라고 하잖아요. 발자국은 흔적이니까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그래서 제목을 고치려다가 생각하니 '추억의 발걸음 소리'는 말맛이 별로더라고요. ^^ 참 이럴 때 난감합니다.
하여 발자국 소리에 대해 검색해 보다가 '공향'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는데 '공향'의 뜻풀이가 '발자국 소리'더군요. (발자국 소리 공, 발 디디는 울림 소리 공, 울릴 향) 발자국 소리가 잘못된 말이라면 사전의 뜻풀이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또 사전 뜻풀이를 바꾼다 해도 '발자국 소리 공'은 어쩌죠? ^^;; 여기서 생각해 보자면, 발자국 소리는 꼭 그 흔적하고만 연결할 것이 아니라 '발 디디는 울림 소리'와 연결하면 사용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국립국어원에 전화해서 공향에 대해 말했더니 그 단어에 대해 심사를 했는데 보류 중이라고 하데요. 하여간 우리말은 참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그래요.
저는 가끔 이런 생각도 해요. 사전에 없다고 해서 우리가 자주 쓰는 말을 쓰지 말아야 하나? 왜냐면 예전에 '맨날'이 표준어가 아니었을 때 저는 사람들이 '맨날'이라는 말을 쓰면 '맨날' 아니고 '만날'이야, 하면서 왜 '만날'인지 설명까지 해줬거든요. 그랬는데 그게 표준어가 되어버렸잖아요. 그때 드는 생각이 우리말을 지키는 사람은 우리말을 제대로 쓰려고 노력한 제가 아니라 그냥 모르고 쓰던 사람들이더라는 거죠. 작년에도 '딴지' '놀잇감'으로 쓴 원고를 '딴죽' '장난감'으로 교정해서 출판사에 보냈는데 그게 이틀 후에 표준어로 추가. ㅎㅎ 그래서 요즘엔 에라, 쓰던 말 계속 쓰자, 사전에 없는 말이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한다니까요. 선생님 생각은 어떠세요? ^^* 오늘은 게으름을 부렸더니 하루가 어영부영 지나가 버렸네요. 슬슬 저녁 준비해야겠어요. 그럼 이만...
[성제훈의 답장] 고맙습니다.
1. 선생님의 편지를 내일 우리말 편지에서 소개해도 될까요? 2. 저도 선생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고향 내음'과 '고향 냄새'가 느낌이 다르듯, '발자국 소리'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전에 없다고 다 틀린 말이라고 보는 것도 좀 그렇고요. 자주 쓰면 표준어가 되는 것은 좋은데, 또, 틀리다/다르다는 아무리 많은 사람이 잘못써도 결코 그냥 그대로 인정할 수 없는 낱말이기도 하고... 우리말, 참으로 재밋기도 하고, 어렵기도 합니다.
고맙습니다.
[삐비껍딱 님의 편지] 뭐 여러 사람이 같이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을 테니 소개하셔도 괜찮아요. '짜장면'이나 '맨날'이 표준어로 되었을 때 정말 그런 생각이 들더라니까요. 결국 우리말을 지키는 사람들은 그게 표준말인지 아닌지 모르고 계속 쓴 사람들이라는 생각. 온 국민이 '맨날'이 표준어가 아니라는 걸 알고 '만날'로 썼더라면 그 단어는 언젠가는 사라질 거였잖아요. 저도 사실 어렸을 때부터 '맨날'이라는 말을 사용했고, 우리말 공부를 하면서 그게 표준어가 아니라는 걸 알았거든요. ^^ 다르다, 틀리다, 이건 저도 선생님과 생각이 같고요. 우리말에 대해 이렇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선생님이 계셔서 좋네요. ^^
저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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