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모밀국수와 메일국수]
안녕하세요.
여러분이 편지를 받으실 때 저는 몽산포에 있을 겁니다. ^^*
우리말 편지는 오즈메일러라는 회사에서 공짜로 보내주시는데, 거기에 예약기능이 있습니다. 실은 이 편지는 어제 오후에 써 놓고 오늘 아침에 가도록 예약해 놓은 겁니다. 오즈메일러! 고맙습니다. ^^*
어제 메밀꽃 이야기를 했더니 메밀국수와 모밀 국수 가운데 어떤 게 맞냐고 물어오시는 분이 많으시네요. 메밀국수가 맞습니다. '모밀'은 '메밀'의 잘못이므로 메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이르는 말도 '메밀국수'로 쓰는 것이 맞습니다.
표준어 규정에 보면 양성 모음이 음성 모음으로 바뀌어 굳어진 낱말은 음성 모음 형태를 표준어로 삼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모밀'이 아니라 '메밀'을 표준어로 삼았습니다. 또 깡총깡총, 귀동이, 바람동이, 쌍동이, 흰동이, 발가송이, 뻗장다리, 오똑이 따위는 다 틀리고 깡충깡충, 귀둥이, 바람둥이, 쌍둥이, 흰둥이, 발가숭이, 뻗정다리, 오뚝이가 맞습니다.
그러면서도 부조(扶助), 사돈(査頓), 삼촌(三寸) 따위처럼 말뿌리가 세게 남아 있는 낱말은 모음 형태를 그대로 표준어로 삼아 부주, 사둔, 삼춘 따위는 표준어로 보지 않습니다.
내친김에 하나 더 볼게요. 냉면 사리에서 사리는 "국수, 새끼, 실 따위를 동그랗게 포개어 감은 뭉치"라는 뜻의 순 우리말인 것은 아시죠?
작은 대나무 발 등에 올려놓은 메밀 사리를 장국에 찍어 먹는 것을 보셨죠? 그것을 흔히 '소바'라고 하는데요. 이 소바는 일본말 そば[소바]에서 왔습니다. 메일이라는 뜻입니다. 메밀국수는 そば切り[소바키리]라고 하는데, '메밀국수'라고 해야 합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