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올림픽 선수 로마자 이름 쓰기]
안녕하세요.
올림픽에서 좋은 소식이 많이 날아오네요. 오늘도 박태환 선수 목에 금메달이 걸리기를 기대합니다.
저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해 볼게요. 올림픽은 많은 사람이 모여 운동으로 겨루는 전 세계인의 잔치입니다. 이 잔치에 쓰이는 우리나라 국기가 제대로 된 게 아니라고 합니다. 효가 규격보다 얇게 그려졌다고 합니다. 국기는 한 나라의 얼굴이고, 태극기는 우리나라의 자존심입니다. 세계인의 잔치에 엉터리 태극기가 쓰인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국가기관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이런 것은 백 번 천 번 욕을 들어도 쌉니다.
하나 더 짚을게요. 올림픽에 나간 선수들 등에는 큼지막한 로마자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
제가 본 몇 개를 소개하면, 양궁 윤옥희 선수는 YUN. O. H, 역도 윤진희 선수는 Yun Jinhee, 전광판에는 YOON Jinhee, 핸드볼 박진규 선수는 J. G. Park, 하키는 KIM. E. S, GIM. S. H 수영 정슬기 선수는 텔레비전 자막에 JUNG Seulki, 수영 박태환 선수 모자에는 PARK T. H, 여자 배드민턴 전재현 선수는 Jun J H, 축구 박민수 선수는 MINSOO 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올림픽에서 운동 종류별로 이름 쓰는 법을 달리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선수들 이름을 왜 이렇게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인명은 성과 이름의 순서로 띄어 쓰고, 이름은 붙여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음절 사이에 붙임표(-)를 쓰는 것을 허용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민용하는 Min Yongha라고 쓰거나 Min Yong-ha라고 써야 하며, 송나리는 Song Nari로 쓰거나 Song Na-ri로 써야 합니다.
우리 말법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도 선수들 등에는 그 모양 그 꼴로 제멋대로 갈긴 까닭을 모르겠습니다. 우리 로마자 표기법이 없다면 모를까, 분명히 표기법이 있는대도 그 모양입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걸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요? 창피한 노릇입니다.
대한체육회가 잘못을 한 건지, 올림픽 위원회가 잘못한 것 인지, 문화체육관광부가 잘못을 한 건지, 국립국어원이 잘못한 것 인지, 올림픽 선수촌이 잘못을 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것은 분명합니다.
이런 것을 저만 꼬집은 게 아닙니다. 몇 년 전부터 많은 이들이 그런 것을 바로잡고자 힘썼습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이 모양입니다.
자료 하나 붙입니다. 송춘종 님이 2004년에 고희기념산문집에 쓰신 글입니다. 이분은 국어학자도 아니고 체육전문가도 아니며 올림픽 위원도 아닙니다. 농대를 나와 농촌진흥청에서 일하다 퇴직하신 조쌀하신 어르신입니다. 이런 분들이 그렇게 악을 쓰고 힘써도 안 됩니다. 왜 그럴까요? 뭐가 문제일까요? 학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해서 무시한 것일까요?
참으로 가슴이 아픈 일입니다. 송춘종 님의 글을 읽어보시면 가슴이 더 아파지실 겁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1. 홍길동을 Hong Gildong으로 쓰는 것은 우리 이름을 '영어'로 쓰는 게 아닙니다. '로마자'로 쓰는 겁니다.
2. 붙임 글은 송춘종 님의 허락을 받고 우리말편지에 붙인 겁니다. 우리말편지에 글을 소개해도 좋을지를 여쭤보는 편지를 보시고 보낸 답장입니다.
앞글 지움...
운동선수 이름 로마자 표기는 내가 포기했던 일이네요. 성 박사가 끝장을 내시기 바랍니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책 149쪽)에서 보다시피. 요즘은 더 나가서 축구선수는 성도 없고 이름만 있는 동물로 만들어 버렸고... 모자란 데는 보충하며 활용하기 바랍니다. 관심 가져 주어서 고맙습니다. 한자나 영어는 점 하나, 획 하나만 틀려도 야단들이면서, 내 나라 우리 글은 함부로 하는 세태가 더럽고 부끄럽습니다. 영어 광풍은 어떤가요. 보람 늘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송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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