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옴니암니]
안녕하세요.
요즘 제가 일하는 농촌진흥청 조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농업공학연구소에서 일하다가 3년 전부터 이곳 본청에 와 있는데, 제가 돌아갈 농업공학연구소가 없어지고 국립농업과학원으로 모든 조직이 들어갔습니다. 이제 제가 돌아갈 고향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기관이 통합된 것이기에 새로운 기관에 가서 일하면 되긴 되지만 그래도 집 없는 서러움을 좀 겪을 것 같습니다. 그런 서러움을 달래고자 어제는 농업공학연구소의 마지막을 눈물로 지켜본 기획실 직원들과 한잔했습니다. 술 맛은 왜 그리 쓴지...웃어도 웃는 게 아니더군요. 쩝...
제가 일했던 농업공학연구소는 1961년에 농사원 시험국 농공이용부 농공과로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그 기관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으니 그동안 기관이 했던 일을 하나하나 챙겨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겁니다. 누군가 하시겠지만 혹시 하지 않으신다면 저라도 그 일을 할 겁니다. 비록 어렵고 힘들며 돈도 좀 들겠지만, 저마저 하지 않는다면 한 기관의 역사가 통째로 없어질 것 같아서요.
'옴니암니'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본뜻은 다 같은 이인데 자질구레하게 어금니 앞니 따진다는 뜻으로, 아주 자질구레한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제가 일했던 농촌진흥청 농업공학연구소의 모든 기록을 옴니암니까지 꼼꼼히 챙겨서 역사에 남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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