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밥맛없다와 밥맛 없다]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정신없이 바쁘네요.
어제 편지에서 제가 실수한 게 있네요.
이런 전통에서 나온 속담이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 모르게 하라는 겁니다. 따라서 이를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 모르게 하라고 하면 틀립니다. 라고 했는데, 바른 속담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가 맞습니다. 글을 쓰면서 저도 헷갈렸네요. 죄송합니다.
여러분 오늘 아침 드셨나요? 저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날마다 아침을 먹습니다. 근데 요즘은 속이 더부룩하니 밥맛이 별로 없네요.
'밥맛'은 "밥에서 나는 맛"이라는 뜻과 "밥을 비롯한 음식이 입에 당기어 먹고 싶은 상태."를 뜻하는 낱말입니다. 따라서 '밥맛 없다'고 하면 "입맛이 없거나 해서 음식 먹을 맛이 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를 '밥맛없다'로 띄어 쓰지 않고 붙여 쓰면 그 뜻이 전혀 달라집니다. 밥맛없다는 "아니꼽고 기가 차서 정이 떨어지거나 상대하기가 싫다."는 뜻의 그림씨(형용사)입니다.
'밥맛 없다'와 '밥맛없다'는 띄어 쓴 빈 글자 하나 차이지만 그 뜻은 전혀 다릅니다.
요즘은 '밥맛없다'에서 '없다'를 떼고 "그 친구 밥맛이야."라고도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밥맛없다'에서 '없다'가 떨어질 까닭이 없습니다. 따라서 "그 친구 밥맛이야."처럼 쓰면 바른 말이나 글이 아닙니다.
흔히, 버릇이 없거나 예의범절을 차리지 않은 사람을 가리켜 '싸가지 없다'고 합니다. 여기서 '없다'를 떼고 '싸가지'라고만 하면 안 됩니다. "이런 싸가지를 봤나!"라고 쓰면 안 되고, "이런 싸가지 없는 놈을 봤나!"라고 콕 집어서 이야기해야 합니다.
염치를 속되게 이르는 얌통머리도 같은 경우입니다. "이런 얌통머리를 봤나!"라고 하면 안 되고, "이런 얌통머리 없는 녀석을 봤나!"처럼 써야 합니다.
안절부절, 어처구니, 터무니, 얼토당토, 칠칠맞다도 같습니다.
아침부터 욕하는 거 같아서 좀 거시기 하네요. ^^*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