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지난 2009년에 보냈던 편지입니다.
[엉터리 자막 몇 개]
오늘도 주말에 본 텔레비전에서 찾은 엉터리 자막 몇 개 소개할게요.
금요일 밤 10:46, MBC에서 '엑기스'라고 했습니다. 뽑아내다는 뜻의 extract를 일본말 투로 소리를 낸겁니다. '진액'으로 다듬어서 쓰라고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습니다.
토요일 아침 8:24, KBS1에서 '오케바리'라고 했습니다. 오케이(OK)를 일본어투로 읽은 것이라고도 하고, '결정했어'라는 뜻의 일본말 お決(おきまり, 오키마리)에서 왔다고도 합니다. '좋아'나 '아주 좋아'라고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토요일 아침 8:30, KBS2에서 '땡땡이 무늬'라고 했습니다. 땡땡(ててん)은 점점(点点)의 일본소리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모양, 물방울이 떨어진 모양"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말이 아닙니다. 여기에 어울리는 우리말은, '물방울무늬'나, '점박이 무늬'입니다.
토요일 아침 8:51, MBC에서 인터뷰하면서 출연자가 자기 남편을 '아빠'라고 했습니다. 인터뷰하신 분이 잘못하신 것이지만, 방송국에서는 그 말을 내보내지 않거나, 인터뷰를 다시 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토요일 저녁 7:05, KBS2에서 '잉꼬부부'라고 했습니다. 잉꼬는 鸚哥를 일본에서 いんこ라 쓰고[잉고]라 읽는 데서 왔습니다. '원앙 부부'라고 하는 게 좋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잉꼬부부를 '원앙 부부'로 다듬어서 쓰라고 나와 있습니다.
토요일 저녁 7:47, SBS에서 '제 3탄'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샘씨(수사) 앞에 붙어 "그 숫자에 해당하는 차례"를 뜻하는 '제(第)'는 앞가지(접두사)이니 다음에 오는 낱말과 붙여써야 바릅니다.
일요일 아침 7:46, MBC에서 '뇌두'라고 했습니다. "인삼, 도라지, 더덕 따위의 뿌리에서 싹이 나오는 대가리 부분"은 노두(蘆頭)입니다.
일요일 아침 8:39, MBC에서 '깜짝 놀랬잖아'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놀랐잖아'가 맞습니다.
일요일 아침 8:46, MBC에서 '피로회복'이라는 말을 했는데, "원기회복과 피로회복에 좋다."고 말했습니다. 원기회복과 피로회복은 정 반대의 말인데 어떻게 같이 좋을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편지를 쓰면서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방송국에는 문서편집기인 hwp하나도 없나 봅니다. hwp에서 글을 쓰다 보면 엉터리 맞춤법은 거의 다 빨간 줄이 나오는데...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