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오늘이 절기로 백중입니다. 곡식이 무르익고 많이 나 100가지 씨앗을 갖춘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가을의 문턱이죠. ^^*
백중을 망혼일이라고도 하는데, 돌아가신 부모를 기리며 잘 익은 과일과 음식을 차려 제사를 지내는 날입니다. 또 이날은 농사짓느라 고생한 머슴을 하루 쉬게 했고, 돈도 주었다고 합니다. 그 돈을 가지고 장에 가서 머슴들이 술도 마시고 음식을 산다고 해서 백중장이라는 말도 생겼습니다. (백중장 : 백중날 앞뒤에 서는 장) 마을에 따라서는 그해 농사를 가장 잘 지은 머슴을 골라 소에 태워 마을을 돌며 노는 호미씻이도 했습니다. (호미씻이 : 농가에서 농사일, 특히 논매기의 만물을 끝낸 음력 7월쯤에 날을 받아 하루를 즐겨 노는 일)
백중날은 늘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아주 간절하게 생각이 납니다. 망혼일이라서 생각이 나기도 하지만, 아버지가 예전에 남의 집 머슴을 사셔서 더 생각이 납니다.
아버지도 백중에는 하루 쉬셨을 것이고, 주인에게서 돈을 받아 백중장에 가셨을 것이고, 가끔은 호미씻이도 하셨을 겁니다.
남의 집에서 머슴살이하며 갖은 고생하시다가 자식들 다 커서 이제 고생 좀 덜하고 사시겠다했는데, 환갑 지나자마자 돌아가셨습니다. 아마도 당신이 누리실 복을 조금도 건들지 않고, 그대로 자식들에게 주고 가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나 봅니다. 말 그대로 모든 게 아버지 덕입니다.
늘 제 수첩에 넣어둔 아버지 사진을 꺼내봅니다. 가량가량한 그 모습이 너무도 그립습니다. (가량가량하다 : 얼굴이나 몸이 야윈 듯하면서도 탄력성이 있고 부드럽다.)
아버지를 생각하며 성제훈이 썼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