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9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씁쓸하다]
안녕하세요.
오늘 농촌진흥청 국감이 있는 날입니다. 그걸 준비하느라 어제는 일터에서 꼬빡 새웠습니다. 아직도 멍하네요.
어제 보낸 편지에 제 실수가 있더군요. 사막에 있는 '모래'를 내일 다음날인 '모레'라고 썼습니다. 제가 이렇게 덤벙댑니다. ^^*
이제 곧 한글날입니다. 보나 마나 그날은 여기저기서 우리글의 우수성을 소개할 겁니다. 방송이나 신문에서도 그날 하루, 딱 그날 하루 특집방송을 하고 특집 기사를 낼 겁니다. 그런 것을 보면 참 씁쓸합니다.
대학에 계시는 어떤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우리말편지를 신청하라고 하시고, 시험에 우리말편지에서 나온 낱말을 내시기도 하나 봅니다. 그렇게라도 해서 우리말을 공부하게 만들고 싶으신 거죠. 고맙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학기가 끝나는 6월 말이나 12월 말이 되면 어김없이 '이제 그만 보내주세요'라는 댓글을 달거나 '수신거부'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겁니다.
거 참 씁쓸합니다. 스스로 원해서 받은 편지를 이제는 자기 뜻대로 받지 않겠다는데 제가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씁쓸합니다. ^^*
우리말은 한 낱말 안에서 같은 음절이나 비슷한 음절이 겹쳐나는 부분은 같은 글자로 적습니다. 따라서 '씁슬하다'로 적지 않고 '씁쓸하다'로 적습니다. 쌀쌀, 씁쓸, 잔잔, 짭짤, 찜찜, 캄캄, 탄탄이 그런 겁니다.
오늘은 씁쓸한 일이 없길 빕니다. ^^* 그리고 한글날만 언론에서 관심을 보인다는 제 생각이 옥생각이길 빕니다. (옥생각 : 옹졸한 생각)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