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누굴 호구로 아나]
안녕하세요.
일터에 나오다 보니 턱이 덜덜 떨리네요.
많이 춥죠?
아니요.
추위나 더위의 정도를 나타내는 어찌씨(부사)는 '상당히' 나 '꽤'를 써야 바릅니다.
많이 추운 게 아니라, 무척 춥고, 꽤 춥고, 상당히 추운 겁니다.
요즘 일이 곰비임비 연거푸 일어나는데다, 이것저것 쌓이기까지 하네요.
웬만해서는 일을 겁내는 제가 아닌데, 요즘은 일이 무섭습니다. ^^*
일이 많을 때 저는 일을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어쭈! 이게 날 물로 아나. 내가 네까짓 것 못해볼까 봐 이렇게 한꺼번에 덤비냐? 야! 다 덤벼!"
생각이라도 그렇게 하고 나면 속이 좀 풀립니다. ^^*
흔히 자신을 무시한다는 기분을 느꼈을 때 쓰는 말이,
'날 호구로 보냐?'입니다.
오늘은 호구를 알아볼게요.
겹겹이 쌓인 일이 저를 호구로 보지 말라는 뜻으로...
호구는
휴지나 소용없는 물건을 뜻하는 일본말 反故(ほう-ご,[호우고])에서 왔습니다.
이를 예스럽게 ほぐ[호구], ほうぐ[호우구], ほご[호고]라고 합니다.
따라서,
'네가 날 호구로 보냐?'라는 말은
네가 날 휴짓조각으로 보냐?
네가 날 물로 보냐?
날 물렁하게 보냐?... 뭐 이런 뜻이 됩니다.
세상이 제 삶을 물로 보거나 맹물로 볼지는 모르지만,
저를 '호구'로 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보태기)
국어사전에서 '물'을 찾아보면
"자연계에 강, 호수, 바다, 지하수 따위의 형태로 널리 분포하는 액체"라고 나와 있습니다.
'맹물'을 보면
"아무것도 타지 아니한 물."과 "하는 짓이 야무지지 못하고 싱거운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도 있으므로
네가 날 물로보냐?보다는 네가 날 맹물로 보냐?라고 하는 게 사전에 따르면 맞는 말입니다.
마땅히 될 수 있으면 쓰지 않아야 할 말이고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