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23] 우리말) 설거지 시키다

조회 수 7971 추천 수 0 2016.06.26 10:29:35

.

안녕하세요. 

오늘은 유영희 님이 보내주신 글을 함께 보겠습니다.

아래 띄어쓰기 내용은 두 달 전쯤 질문했던 내용입니다. 
당시는 연휴여서 급한 마음에 질문했는데 답변이 없어서 결국 연휴 끝나고 국립국어원에 질문했었습니다. 그런데 ‘설거지시키다’로 붙여 써야 한다고 합니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가서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 질문의 취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다시 질문했는데도 답변이 이해가 안 되어 재차 질문, 그래도 해결이 안 되어 다시 전화하여 궁금증을 해결하였습니다. 
자세한 과정은 생략하고 제가 알게 된 결론을 중심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점선 아래 내용에 오류가 없다고 생각하시면 제 이름 밝히고 공유해도 좋습니다.  
띄어쓰기가 참 어렵습니다. 문제, '못된 시어머니 며느리만 설거지 시키다'와 '못된 시어머니 며느리만 설거지시키다' 어느 것이 맞을까요?  
이 답을 말하기 전에 비슷한 예를 볼까요? ‘교육시키다’, ‘오염시키다’의 경우 '목적어'를 '교육되게 하다' 또는 '오염되게 하다'의 뜻으로 ‘시키다’를 붙여 씁니다. 여기서 '시키다'는 ‘접사’로서 파생어를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이때 ‘시키다’는 그 앞에 (직접) 목적어가 와서 대상이 그 행동의 영향을 받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설거지시키다’로 붙여 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설거지시키다’로 붙여 쓰면 ‘그릇을 설거지시키다’처럼 ‘설거지되게 하다’의 뜻이 됩니다. ‘학생을 교육시키다’는 ‘학생이 교육되게 하다’의 뜻이고, ‘강을 오염시키다’는 ‘강이 오염되게 하다’의 뜻이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보면, 위에서 '설거지시키다'라고 붙이면 '며느리가 설거지되게 하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런데 현실 맥락을 보면 며느리가 그릇이 아닌데 설거지되게 할 수는 없고, 더군다나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설거지되게 한다는 것은 좀 이상하지요.  
이렇게 단순히 ‘시키다’를 접사라고만 생각해서 ‘설거지시키다’로 붙여 써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며느리가 설거지하게 하다’의 의미로 쓰려면  ‘설거지 시키다’라고 띄어 써야 합니다.  
그래서 위 문제에서 ‘며느리만’이라고 하여 ‘를’인지 ‘에게’인지 불분명하지만, ‘를’이 아니라 ‘에게’가 생략되었다고 보고 ‘못된 시어머니 며느리만 설거지 시키다’ 이렇게 띄어 써야 맞는 말이 될 것입니다.  
위의 ‘시키다’와 ‘-시키다’를 구분하기 위해 두 가지 사례를 비교하다보니 ‘되게 하다’라는 어색한 표현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그릇을 설거지시키다’라는 말을 쓸 일은 없겠지요. 그냥 ‘설거지하다’라고 쓸 것입니다.  
‘시키다’를 구분하다 보니,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생각나는 단어가 있습니다. ‘소개시키다’라는 단어인데요. 우리가 보통 ‘소개시켜 줘’라는 말은 틀렸다고 하고 ‘소개해 줘’가 바른 말이라고 하는데, 이건 좀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나를 그 남자(여자)에게 소개시켜 줘’는 내가 상대에게 소개되게 해달라는 뜻이 되니 틀렸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신 목적어를 정확하게 써야 하겠지요. ‘나 좀 소개시켜 줘’를 ‘나를 소개시켜 줘’의 의미로 썼다면 맞겠지요. 그러나 ‘나에게 소개시켜 줘’ 하면 어색한 표현이 될 겁니다. 
  정리하면, ‘나를 소개시켜 줘’와 ‘나에게 소개해 줘’ 둘 다 맞는 말이 되겠지요. 그런데 ‘나 좀 소개시켜 줘’라고만 하면 조사가 생략되어 있으니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나에게’의 의미로 쓰는 경우가 많을 테니, ‘소개해 줘’가 맞는 경우가 많기는 하겠지요.  

고맙습니다. 

앞에 쓴 글이 길어, 예전에 보낸 편지를 붙이지 않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43994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49666
2396 [2016/07/01] 우리말) 감격해하다 머니북 2016-07-06 10517
2395 [2016/06/30] 우리말) 밥사발, 술사발, 국사발, 죽사발 머니북 2016-07-06 5789
2394 [2016/06/29] 우리말) 눈바래다 머니북 2016-06-29 10057
2393 [2016/06/28] 우리말) 회까닥 머니북 2016-06-29 4283
2392 [2016/06/27] 우리말) 백상어의 공포 머니북 2016-06-29 4119
2391 [2016/06/24] 우리말) 골탕 머니북 2016-06-26 4812
» [2016/06/23] 우리말) 설거지 시키다 머니북 2016-06-26 7971
2389 [2016/06/22] 우리말) 장마 머니북 2016-06-26 7998
2388 [2016/06/21] 우리말) 꼬리는 말고 꽁지는 빠지고 머니북 2016-06-26 5272
2387 [2016/06/20] 우리말) 관청은 알기 쉬운 용어를 써야 한다 머니북 2016-06-21 4668
2386 [2016/06/17] 우리말) 분식회계 머니북 2016-06-17 4668
2385 [2016/06/16] 우리말) 엽다/가엾다 머니북 2016-06-17 8144
2384 [2016/06/15] 우리말) 머릿속 머니북 2016-06-17 7989
2383 [2016/06/14] 우리말) 몹쓸 머니북 2016-06-15 6932
2382 [2016/06/13] 우리말) 손 없는 날 머니북 2016-06-15 10151
2381 [2016/06/10] 우리말) 나라지다늦게 와서 느리게 가는 버스 머니북 2016-06-10 6180
2380 [2016/06/09] 우리말) 나라지다 머니북 2016-06-10 4602
2379 [2016/06/08] 우리말) 나달 머니북 2016-06-10 4599
2378 [2016/06/02] 우리말) 바다로 나간 우리말 머니북 2016-06-07 9628
2377 [2016/06/02] 우리말) 닻별? 머니북 2016-06-02 8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