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9년에 쓴 우리말 편지입니다.
[골탕]
안녕하세요.
날씨가 조금씩 풀리나 봅니다. 추운 날에는 따뜻한 국물이 가장 좋은데... ^^*
오늘은 국물 이야기 하나 할게요. '골탕'이라는 낱말을 하시죠? 그는 개구쟁이 동생에게 늘 골탕을 먹곤 한다, 그들을 골탕먹이고는 마침내 멀어져 갔다처럼 "한꺼번에 되게 당하는 손해나 곤란"이라는 뜻의 이름씨(명사)입니다.
또, 골탕에는 소의 등골이나 머릿골에 녹말이나 밀가루 따위를 묻혀 기름에 지지고 달걀 푼 것을 씌운 뒤 이를 맑은장국에 넣어서 다시 끓여 익힌 국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아마도 뼈(骨)를 끓인 국(湯)에서 왔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글 맞춤법에 보면, 둘 이상의 낱말이 어울리거나 접두사가 붙어서 이루어진 말은 각각 그 원형을 밝혀 적되 어원이 분명하지 않은 것은 원형을 밝혀 적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고 그 보기로 '골탕'의 '골'은 '곯(다)' 또는 '골(骨)'일 수도 있겠으나 확실하지 않으므로 소리대로 '골'로 적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어쨌든 말뿌리(어원)이 확실하지 않다는 말일 겁니다.
'골탕'이 본디는 맛있는 국물에서 손해나 곤란이라는 뜻으로 바뀐 겁니다. 이건 아마도, '곯다'라는 말이 '골탕'과 음운이 비슷함에 따라 '골탕'이라는 말에 '곯다'라는 뜻이 살아나고, 또 '먹다'라는 말에 '입다', '당하다'의 뜻이 살아나서 '골탕먹다'가 "겉으로는 멀쩡하나 속으로 남모르는 큰 손해를 입게 되어 곤란을 겪는다"는뜻으로 쓰이게 된 것 같습니다. 학문적으로는 근거를 댈 수 없는 그냥 제 생각입니다. ^^*
골탕뿐만 아니라 '넋살탕'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북한에서 쓰는 문화어인데 "넋이 나갈 정도의 호된 골탕"이라는 뜻입니다.
골탕을 먹고 싶지도 않고, 넋살탕을 먹고 싶지도 않지만, 따뜻한 골탕은 맛있게 먹고 싶습니다.
차가운 날씨 잘 꾀서 감기들지 마시고 잘 지내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