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9년에 쓴 우리말 편지입니다.
[결혼과 혼인]
안녕하세요.
철이 철이니만큼 결혼식이 참 많네요. 오늘은 축의금 봉투 이야기를 좀 해 볼게요.
'축의금'은 "축하하는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내는 돈"입니다. 이 축의금을 담은 봉투를 보면 참으로 여러 가지입니다.
1. 많은 분이 '축 결혼'이라고 쓰십니다. 이 말을 있는 그대로 보면 "결혼하기를 빈다."는 뜻이 됩니다. 이미 결혼하기로 하여 오늘 결혼을 하는데 그 결혼을 빈다는 게 말이 안 됩니다. 굳이 쓰시려면 '축'이라 쓰지 않고, '경축'이나 '경하'라고 쓰는 게 바릅니다.
2. 남자, 신랑 쪽에 축의금을 낼 때는 '결혼'이라 쓰고, 여자, 신부 쪽에 축의금을 낼 때는 '화혼'이라 쓰는데, 이 또한 잘못입니다. '결혼'은 남녀가 혼인을 맺는 것을 이르고, '화혼'은 남의 결혼을 아름답게 이르는 말입니다. 따라서, 남자 쪽에 내건 여자 쪽에 내건 '화혼'이라 쓰는 것은 맞습니다.
3. 많은 분이 '결혼'은 일본어투 말이니 '혼인'으로 써야 한다고 합니다. 결혼이나 혼인 모두 일본에서 쓰고 있고, 일본어 사전에도 올라 있습니다. 결혼이 일본어투 말이라고 저도 알고 있으나 정확하게 언제 들어온 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결혼은 그냥 남녀가 혼인을 맺는다는 뜻이고, 혼인은, 혼(婚)은 장가든다는 뜻에 인(姻)은 시집간다는 뜻이기 때문에 "장가들고(婚) 시집간다(姻)"는 말이 됩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헌법이나 민법 등 모든 법률에는 결혼이란 말이 아닌 혼인이라는 낱말을 씁니다.
4. 저는 제가 아는 분의 결혼식에 갈 때 "두 분이 하나 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언제나 행복하시길 빕니다."라고 씁니다. '축 결혼'보다는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5. 한글문화연대(http://www.urimal.org)에서는 축의금과 조의금 봉투를 우리말로 쓰는 것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