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10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발자욱과 발자국]
안녕하세요.
어젯밤 11:19에 MBC에서 '이 자리를 빌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빌다'에는, 1. 바라는 바를 이루게 하여 달라고 신이나 사람, 사물 따위에 간청하다. 2. 잘못을 용서하여 달라고 호소하다 3.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길 바라다. 는 뜻밖에 없습니다. 물건이나 생각을 주고받는다는 뜻은 없습니다. 또, 어디에도 '이 자리를 빌어 OOO에게 감사하고...'에 쓸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빌어'가 아니라 '빌려'가 맞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여러분께...'가 바릅니다.
지난 주말에는 식구와 속초에 다녀왔는데, 새로 뚫린 서울-춘천 고속도로가 다녀오니 편하고 좋더군요. 서울-춘천 고속도로에는 가평휴게소가 있습니다. 그 휴게소 하나뿐입니다. ^^* 화장실에 갔더니 '한 발자욱만 앞으로...'라고 쓰여 있더군요.
"발로 밟은 자리에 남은 모양."은 '발자욱'이 아니라 '발자국'입니다. 발자욱은 북한 표준말입니다.
그리고 변기 앞으로 더 다가서라고 할 때는 '한 발자욱'이나 '한 발자국'이라고 하면 안 되고, '한 걸음'이라고 해야 합니다. 발자국은 말 그대로 발로 밟은 자리에 남은 모양인데 어떻게 다가설 수 있겠어요. ^^*
흔히 틀리는 말 가운데,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는 것도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발자국은 발로 밟은 자리에 남은 모양인데 이게 어떻게 소리가 나겠습니까. 발자국 소리가 아니라, 발걸음 소리가 맞습니다. ^^*
아침부터 바람이 세게 부네요. 건강 잘 챙기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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