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3] 우리말) 제가 누구냐고요?

조회 수 8295 추천 수 0 2017.11.06 17: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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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무척 춥네요. 오늘은 비도 내린다고 합니다.

며칠 전에 말씀드렸듯이
올해까지만 우리말 편지를 보내고자 합니다.
지난 2003년에 시작한 우리말 편지 보내는 일을 14년 만에 접게 되네요.
다른 까닭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게을러서 접는 겁니다.
일터에서는 업무와 관련되지 않은 편지를 보낼 수 없다고 하고,
집에 가서는 책 보는 것 말고는 다른 일은 하지 않으니...
그래도 뭔가 다른 방법으로 꾸준히 우리말 사랑을 실천할 겁니다. ^^*

하루에 한 꼭지씩 편지를 보내면서
예전에 보낸 편지도 같이 붙였습니다.
지금은 2011년에 보낸 편지를 복습 삼아 보내고 있는데요.
그 편지를 붙이다 보니 저를 소개하는 내용이 있네요.
6년 전과 달라진 점이 있어 비교하여 보냅니다.

고맙습니다.



[제가 누구냐고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오랜만에 제 이야기를 보냅니다. 마침 우리말 편지를 보내지 않는 토요일이라 맘 편하게 보내겠습니다.
요즘 애 이야기를 했더니 저를 소개해 달라는 답장이 몇 개 있어서요. ^^*

예전에는 언제 어떻게 우리말 편지를 보내게 되었는지 따위를 보냈었는데요,
오늘은 제 꿈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제 꿈은 초등학교때부터 과학자였습니다. 
남들은 대통령, 장군, 선생님 이라고 말할 때 저는 언제나 과학자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때 제가 생각한 과학자는 하얀 실험복을 입고 비이커를 비스듬히 들고 바라보는 머리가 하얗게 센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제 꿈을 이루고자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들어갔고, 대학원에서 박사를 받고 연구소에 들어갔습니다. 실제 과학자가 된거죠. ^^*
과학자로서 삶을 살아가면서 몇 가지 꿈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학생들 가르치는 데 쓰일 수 있는 전공 책을 쓰는 것이었고, 
둘째는 한림원 정회원이 되는 것이었으며, 
셋째는 세계 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큰 꿈은 아니지만 작게는 아내와 같이 책을 쓰거나 논문을 쓰는 것도 제 바람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첫째 꿈은 이뤘습니다. 10년 쯤 전에 정밀농업에 관한 책을 다섯 명이 같이 썼는데, 요즘도 대학에서 교재로 씁니다. 이제는 영어로 써서 다른 나라에서도 대학 교재로 쓰일 수 있는 그런 책을 쓰고 싶습니다.
둘째 꿈인 한림원은 물건너 간 것 같습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과학과 기술에 전문적 식견을 가진 석학들의 모임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있는 학술기구입니다. 거기에 들어가고자 연구도 열심히 하고, 논문도 많이 썼는데, 제가 연구한 기간이 너무 짧았습니다. 20년, 30년을 한 우물을 파야 훌륭한 성과가 나올 텐데, 저는 고작 8년 정도 연구에 몰두한 게 다입니다. 지금 와서 다시 연구한다고 해도 한림원에 들어갈 정도로 수준 높은 연구를 할 자신은 없습니다. 그래서 그 꿈은 접었습니다. ^^*
셋째 꿈인 세계인명사전에 오르는 것도 둘째 꿈을 향해 달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리라 생각했는데... 이 역시 접었습니다.
다행히 제 옆에는 이런 꿈을 이룬 분이 있습니다. 강석원 박사는 비파괴품질판정에 관한 책을 영어로 써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 교재를 냈고, 마르퀴스 후스후 같은 세계적인 인명 사전에 이름도 여러번 올렸습니다. 지금처럼 꾸준히 연구하면 한림원에도 들어가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저는 이루지 못했지만, 제 옆에 그런 분이 계셔서 저는 행복합니다.

요즘은 좀 다른 꿈을 꿉니다.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에서 흙을 밟으며 살고 싶고, 
가까운 곳에 밭을 두고 농사를 지으면서 사는 게 제 꿈입니다. 

나이들어서는 아내와 같이 우리나라 곳곳을 여행하면서 마을앞에 있는 당산나무 사진을 찍어 마을 역사를 버물려 책으로 내는 게 꿈입니다. ^^*

우리말 편지를 나이들어서도 꾸준히 보내는 것 또한 마땅히 제 가장 큰 바람이고요.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2011년에 이런 편지를 썼는데요.
6년이 지난 지금 조금 바뀌었습니다. ^^*

먼저 첫째 꿈인 전공 책입니다.
우리말로 쓴 책은 냈고, 영어로 책을 쓰고 싶다고 했는데, 지금 쓰고 있습니다.
미국에 있는 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서, 과학자 9명이 모여 영어로 책을 쓰고 있습니다.
농업분야 첨단기술 자동화(High-Tech Automation in Agriculture)라는 제목이고,
부제목이 '미래 세대를 위한 안전한 식품 공급'(Securing Food Supplies for Future Generations)을 달았습니다.
저는 그 내용 중에 '4차 산업혁명과 정밀농업'(The 4th Industrial Revolution and Precision Agriculture)이라는 부분을 썼습니다.
최종 교정을 마쳤고, 지금 인쇄 준비중입니다. (ISBN 978-953-51-5754-0)

둘째 꿈인 한림원은 직작 물건너 갔습니다. 

셋째 꿈인 세계인명사전에 오르는 건입니다.
지난 9월에 세계인명대사전(마르퀴즈 후스후) 편집장이 연락을 해서 제가 내년도 인명사전에 올라가는 것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알려줬습니다.
저는 그동안 UN 경제사회이사회 하부 조직인 지속가능한 농업기계화센터의 기술위원으로 활동하며 매년 국제회의에 참석하여 우리나라 농업기술현황을 소개하고 있고,
앞에서 썼듯이 국제적인 학자들과 영어로 책도 쓰고 있으며, 제 분야에서 꾸준히 논문을 내고 있습니다.
그런 점을 높게 사서 저를 인명대사전에 올리는 것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뒤로 몇 번 더 전자우편이 오갔고, 전화 인터뷰도 했으며, 지난달 중순에 최종적으로 내년도 세계인명대사전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Mariquis Who's Who in the World 2018)
저보다 먼저 세계인명대사전에 올랐던 강석원 박사님이 제 꿈의 대상이었듯이,
저도 누군가의 꿈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기쁘기도 하도 부담도 되고 그러네요. ^^*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에서 흙을 밟으며 살고 싶다는 꿈도 있었습니다.
2014년에 회사가 수원에서 전주로 이사올 때 땅을 사서 집을 지었습니다.
그리 큰 집은 아니지만, 애 셋과 함께 저희 부부가 정답게 살기에는 딱 좋은 크기입니다.
제 땅은 아니지만, 가까운 곳에 농사지을 밭도 얻어서 잘 쓰고 있습니다.

우리말 편지를 나이들어서도 꾸준히 보내는 것 또한 마땅히 제 가장 큰 바람이라고 했는데...
내년부터 편지를 못보낼 것 같아 좀 그렇습니다.

오랜만에 제 꿈을 되돌아보네요.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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