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를 포기하지 않고 잘 쓰는 5가지 방법

 

첫째, 잔액은 약간 무시 하세요. 처음에는.

둘째, 완벽은 나의 적 대충은 나의 친구

셋째, 메모하는 기분으로 일기장 겸용까지 일석이조

넷째, 자동이체, 체크카드, 신용카드 철저하게 이용

다섯째, 작은 목표, 짧은 결산

 

 

셋째, 메모하는 기분으로 일기장 겸용까지 일석이조

 

가계부 쓰는 사람들과 함께한 지 어느새 10년이 넘었습니다.

개발을 제외하고 실제 쓰는 분들과 함께한 지도 5년이 넘었으니 이제는 어느 정도 사람들의 생각이나 흐름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말/연초가 되면 사람들은 늘 새로운 계획을 세웁니다. 대개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들이기도 하지만 사실 못할 것도 없는 일이기도 하지요. 그 중에 하나가 바로 가계부 쓰기임은 앞에서 말씀을 드렸던 얘기 입니다.

 

연초가 지나 3월쯤 되면 실제 쓰는 사람들이 줄어들기 시작 합니다. 그러다가 8월 중순쯤 되면 다시 늘어나다가 9월쯤부터 줄어들다가 다시 12월 정도부터 늘어나서 1월에 상한선을 구축하지요. 8월에 조금 늘어나는 것은 8월 휴가에서 많이 소비했기 때문에 잠시 가계부에 눈길을 주는 현상 입니다. 매년 똑 같은 그래프를 그리는 것을 보면 작심삼일 그래프임이 분명 합니다.

 

첫 번째 말씀 드렸던 잔액을 무시하라는 얘기와 두 번째 말씀 드렸던 완벽 하려고 애쓰지 말라는 얘기에 이어 세 번째 주제인 메모하는 기분으로 쓰라는 얘기도 따져보면 다 같은 맥락의 얘기일 수 있습니다. 강박관념 갖지 말고 대충 쓰라는 얘기지요.

 

자기 분야가 아니면 대개 미숙하거나 잘 모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우리의 경우는 특히 회계부분에 있어서 문외한이기 때문에 가계부를 쓰는 자체가 만만치가 않습니다. 더군다나 간단한 수입/지출만 기록하는 단식 가계부를 쓸 때는 문제가 적겠지만 자산/부채 관리를 위해 복식부기 가계부를 쓸 때는 회계지식이 없이 쓰려면 머리에 쥐가 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계부는 기업의 회계 담당자처럼 보고를 하는 용도 아니고 그렇다고 외국처럼 세무신고용도 아닌 그저 나 자신의 기록일 뿐입니다. 꼭 써야 하는 의무감이 없는 반면에 맞게 잘 써야 하는 책임감도 없습니다.

 

메모하듯이 기록을 하는데 주안점을 두되 거르지 말고 꾸준히 작성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입니다.

 

틀려도 관계없습니다. 특히 복식부기 가계부에서는 대체(이체) 개념이 많이 어려워서 가계부를 제대로 쓰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하고 때로는 고민을 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가계부에 써있는 잔액이 좀 틀리다 고해서 큰일나는 것도 아니고 또한 실제 은행이나 신용카드의 잔액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 것처럼 대체가 좀 안 맞는다고 해서 세금 더 내는 것도 아니고 과태료 무는 것도 아니지요.

 

가끔 이렇게 문의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몇 달 동안 못 쓰다가 다시 쓰려고 하는데 지난 것들 다 지우고 다시 쓰는 방법은 없는가요?”

그러면 이렇게 대답을 하지요.

안될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이미 기록해 놓은 것을 굳이 지울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지금부터 이어서 잘 쓰세요. 가계부는 기록 입니다. 이미 기록해 둔 것을 없앨 필요는 없지요.”라고

 

메모하는 기분으로 쉽게 쓰세요.

 

가계부를 쓰면 일기를 쓰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지요.

 

가끔 방송이나 신문에서 수십 년 일기를 쓰는 사람들이 수십 권의 지난 일기장을 가져 나와 20년 전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고 그때 당시의 버스 요금은 얼마였고 라는 얘기를 하는 것을 보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 봤을 것 입니다.

 

일기를 꾸준하게 오랫동안 잘 쓴다면 방송이나 신문에 소개되지 않는다 해도 스스로에게 큰 재산이 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반 강제로라도 쓰게 만들 만큼 쓰면 좋은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반면에 얼마나 귀찮고, 부담스럽고 작심삼일 하게 되는 일인지도 잘 알고 있으며 실제로 실천하기가 어려운 일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일기를 쓴다고 것이 꼭 난중일기안네의 일기처럼 문학적인 가치가 있을 만큼 잘 써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있었던 사실 자체만 기록을 해도 훌륭한 일기가 될 수 있고 간단한 메모나 느낌이나 감정을 덧붙이면 훌륭한 일기가 될 것입니다.

 

가계부를 쓰는 것은 일기를 쓰는 것과 별반 다름이 없습니다. 현대의 우리 생활은 대 부분 경제적인 활동과 관련이 있습니다. 데이트가 있어 멋진 저녁 식사를 한다고 할 때 식사비용이 소요될 것이고 근사한 분위기에서 차를 한잔한다 해도 비용은 필요할 것입니다. 설사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한강변에서 자동판매기 커피를 한잔 한다 해도 교통비나 자판기 커피값이라도 필요하겠지요.

 

일기를 쓴다 생각지 말고 가계부를 쓴다고 생각하면 훨씬 덜 부담스러울 것이고 더 나아가서 기록을 한다 생각을 하면 훨씬 가벼울 수 있을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현대의 생활에선 이러한 나의 기록들을 신용카드 회사, 은행, 버스카드, 전철의 교통카드 내역 등이 모두 기록을 해 주니 이러한 기록을 모아서 정리만 하면 훌륭한 가계부가 되고 훌륭한 일기가 된다는 것이지요.

 

가계부에는 그녀를 처음 만나서 첫 데이트를 했던 장소와 그때 무엇을 마셨고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가계부에는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가 언제이고 어떤 병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가계부에는 작년 여름 휴가를 마치고 올라오는 길에 과속을 해서 과태료가 얼마 발부되었고 언제 납부를 했는지에 대한 기록도 있습니다. 물론 휴가 중에 있었던 추억과 즐거움도 모두 휴가비가 얼마나 필요했는지 와 함께 기록되어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습관화하면 좋을 일 중에 하나인 일기쓰기와 가계부쓰기를 동시에 해 나갈 생각은 없으신지요. 10 20년 후에는 정말 소중한 기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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