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느긋하게 출근하셨죠?
대학 시험 보는 날을 어찌 이리도 잘 알고 추운지...
이번에도 수능 문제는 "난이도를 조절하여 쉽게 출제했다."라고 하네요.
아무쪼록 시험 보시는 모든 분이 평소 준비한 실력을 다 쏟아 붓길 빕니다.
오늘은 난이도 이야기입니다.
더불어서 평소에 제가 자주 보기를 드는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도 좀 꼬집겠습니다.
난이도(難易度)는 '난도'와 '이도'가 합쳐진 낱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난도가 어려움의 정도고, 이도는 쉬운 정도니
난이도는 "어려움과 쉬움의 정도"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나온 사전에도 그렇게 나와 있습니다.
흔히,
'난이도가 있다'는 틀리고, '난이도가 높다'라고 해야 한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당연히 '난이도가 있다'는 틀립니다. '쉽고 어려운 정도가 있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그뿐만 아니라 '난이도가 높다'도 틀린 말입니다.
'쉽고 어려운 정도'가 어떻게 높고 낮을 수 있죠?
이것도 틀린 말입니다.
문제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든 보기입니다.
'난이도' 뜻풀이는 "어려움과 쉬움의 정도"라고 해 놓고,
그 보기로 '난이도가 높다'를 들어놨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이 틀린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어떻게 쉽고 어려운 정도가 높고 낮을 수가 있겠습니까.
굳이 보기를 만든다면,
난도가 높고, 이도가 낮다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난도는 사전에 있는 말이니 '난도가 높다'는 것은 말이 되지만,
'이도가 낮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난이도는
난이도를 조절하여..., 배점은 문제의 난이도에 따라 달라진다처럼 써야 합니다.
어떤 신문에서는
고난이도, 고난도, 최고난도, 최난도 따위의 낱말도 쓰는데
이런 낱말은 사전에 없습니다.
언론에서 이따위 말도 안 되는 단어를 만들어서 쓰니,
그저 자극적인 것만 찾는 사람들이
'오리지날 순 진짜 원조 참 기름'이라는 헛소리를 하는 겁니다.
오늘 작심하고 더 좀 씹어보겠습니다.
난이도의 또 다른 문제는 이게 일본에서 만든 낱말이라는 겁니다.
일본에서는 난이도를 難易度(なんいど)라고 쓰고 [난이도]로 읽습니다.
환장할 일입니다.
굳이 난이도를 높이고 난도를 높이는 이상한 말을 쓸 필요가 있을까요?
문제를 쉽게 냈다고 하면 되지 않아요?
이것마저도 문제를 내는 게 아니라 출제했다고 해야 위신이 서나요?
답답합니다. 참으로 답답합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MBC 아나운서국에서 펴낸 우리말 나들이라는 책에 보면,
"어떤 기술이 해내기 매우 어려운 상태임을 뜻할 때 '고난도의 기술' 또는 '난도 높은 기술'은 맞지만 '고난이도'로 쓰는 건 틀리다."라고 나와 있는데,
이 말도 틀렸습니다.(쓰면서도 잘 모르는 생활속 우리말 나들이, 38쪽)
뜻으로 보면 어려움의 정도를 말하는 난도 앞에 높을 고 자를 써서 어려움의 정도가 매우 크다는 뜻 같은데,
'고난도'라는 단어는 대한민국 국어사전에 없습니다.
'고난도의 기술'이나 '난도 높은 기술'이라는 엉터리 말을 쓰지 않고,
'어려운 기술', '까다로운 기술', '하기 힘든 기술'이라고 하면 누가 MBC를 잡아먹나요?
오늘은 글이 좀 길어서 예전에 보낸 편지를 덧붙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