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안개가 많이 끼었네요. 출근길 조심하시길 빕니다.
어제 점심을 먹고 잠시 밖에 나와 있을 때,
문득 제가 일하는 건물 들목에 있는 나뭇가지를 보니 무척 앙상하더군요.
잎이 다 떨어진 줄거리를 보니 더 춥게 느껴졌습니다.
줄거리...
이사람 가끔 오타 내더니 줄거리가 뭐야 줄거리가...
나무에 줄거리가 어딨어? 소설에나 나오는 게 줄거리지...
또 오타겠지?
아니요.
줄거리 맞습니다.
줄거리는
"사물의 군더더기를 다 떼어 버린 나머지의 골자"를 뜻하기도 하지만,
"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를 뜻하기도 합니다.
고구마 줄거리라는 말 많이 쓰시잖아요.
바로 그 줄거리입니다.
'줄거리'는 '졸가리'의 큰말이기도 합니다.
'졸가리'는 "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를 뜻합니다.
겨울이 되니 잎이 무성하던 나무들이 졸가리만 앙상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런 졸가리들도 땔감으로는 쓸모가 있다처럼 씁니다.
졸가리건 줄거리건
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를 보니 제 마음마저 추워지네요.
벌써 봄을 기다리는 것은 좀 거시기한가요?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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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분 MBC에서 '야채 장사'라고 하네요.
도대체 언제까지 저런 덜떨어진 말을 방송에서 들어야 하는지...
오늘 편지에서 '입구'라고 하지 않고 '들목'이라고 했습니다.
그 까닭은,
국립국어원에서 일본말 찌꺼기인 입구(入口)를 '들목', '들어오는 곳', '어귀'로 다듬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쓰는 한자 낱말은 중국에서 만든 것도 있고, 일본에서 만든 것도 있고, 우리가 만든 것도 있습니다.
모두 한자로 만들긴 했지만,
우리가 만든 한자 낱말은 나름대로 우리의 문화와 역사가 녹아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만든 한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말에 우리의 영혼이 살아 있듯이,
일본에서 만든 일본식 한자에는 일본의 영혼이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쓰지 말자는 겁니다.
외국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마땅한 우리말이 없다면 그 말을 우리에 맞게 고쳐서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런 노력 없이 일본식 한자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쓴다면
그건 일본 영혼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습니다.
일본 영혼이 왜 나쁘냐고요?
일본이 우리 영혼을 더럽혀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나쁩니다. 그래서 싫습니다.
이것 말고 또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제로 차지했고,
우리 문화를 없애고자 이름까지 바꾸도록 강요했고,
전쟁때는 우리나라 여자를 성적 노리개로 삼았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나댑니다.
이래도 일본을 좋아해야 하나요?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광어 -->> 넙치]
요즘은 포장마차에서 회도 파네요.
회 이야기에 앞서서,
설마, 아직도 ‘곰장어’나 ‘아나고’를 주문하지는 않으시겠죠?
‘곰장어’는 ‘갯장어’나 ‘먹장어’라고 해야 하고,
‘아나고’는 ‘붕장어’라고 해야 합니다.
회 이야기로 돌아와서,
횟감으로 가장 흔한 게 ‘광어’와 ‘도다리’겠죠?
도다리는 우리말을 쓰면서 광어는 왜 안 쓰는지...
광어(廣魚)에 맞대는 우리말이 뭔지 아세요?
그게 바로 ‘넙치’입니다.
‘넙치’를 두고 ‘광어’라는 한자말을 쓸 아무런 까닭이 없습니다.
설마하니, ‘넙치’라고 하면 회 맛이 떨어지고,
‘광어’라고 해야 회 맛이 나는 것은 아니겠죠?
한 가지만 더 하자면...
‘생선회’를 ‘사시미’라고 하지는 않으시죠?
지금도 가끔 ‘사시미’라는 낱말을 듣긴 하는데요.
이 ‘사시미’는 일본어로 刺身[さしみ]입니다.
한자를 풀어보면,
찌를 자(刺), 몸 신(身) 자를 써서
칼로 고기의 몸을 찌른다는 뜻입니다.
신선한 생선을 회로 먹는 것은 좋지만,
한자가 좀 거시기하죠?
이런 거시기한 한자를 굳이 쓸 필요가 없고,
더군다나 일본어 ‘사시미’를 쓸 필요도 없겠죠.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보태기)
편지 내용 중,
‘손님이 술 한잔하려는데 안주가 없을까봐...’에서
‘한잔하려는데’를 ‘한 잔 하려는데’처럼 띄어 쓰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답은
‘한잔하다’라는 낱말이 국어사전에 있기 때문입니다.
사전에 있는 낱말은 붙여 쓴다고 말씀드렸죠?
‘한잔하다’는
“간단하게 한 차례 술을 마시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