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일본말찌꺼기나 좀 씹어볼게요.
어제 어떤 분이 저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몇 시에 어디에서 무슨 회의를 하니 기 송부한 회의자료를 출력해서 지참하라"라고 하네요.
무슨 말인지는 알지만,
될 수 있으면 좋은 우리말로 좀 하시지......
'기 송부한'은 '이미 보내드린'으로 바꾸면 되고,
'지참'은 '가지고' 오라고 하면 됩니다.
지참(持參, じさん[지상])은 일본말찌꺼기입니다.
"무엇을 가지고서 모임 따위에 참여함."이라는 뜻인데,
국립국어원에서 '지니고 옴'으로 다듬었습니다.
우리 문화를 없애려고 기를 썼던 일본을 생각하면 일본어 찌꺼기는 단 한마디도 쓰기 싫은데,
그게 뭐 그리 좋다고 입에 달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기 송부한 회의자료를 출력해서 지참하라'가 아니라
'이미 보내드린 회의자료를 가지고 오세요.'라고 하면 됩니다.
'이미 보내드린' 대신에 '기 송부한'을 쓰고,
'가지고 오세요.' 대신에 '지참하세요'를 써야만 공무원의 권위가 서고 위신이 서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늘도 좋은 생각 많이 하시고,
많이 웃으시면서 보내시길 빕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편지나 물품 따위를 부치어 보냄."이라는 뜻의
'송부'도 행정순화용어에 들어있습니다.
'보냄'으로 쓰시는 게 좋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벌리다/벌이다]
며칠 전에 엽서를 하나 받았습니다.
이번 주말에 애 돌을 맞아 잔치를 벌렸으니 많이 참석해 주시라는...
근데 잔치를 어떻게 벌리죠?
‘벌리다’와 ‘벌이다’는 다른 낱말입니다.
‘벌리다.’는,
“둘 사이를 넓히거나 멀게 하다”는 뜻으로,
줄 간격을 벌리다/가랑이를 벌리다/입을 벌리고 하품을 하다처럼 씁니다.
“껍질 따위를 열어젖혀서 속의 것을 드러내다.”, “우므러진 것을 펴지거나 열리게 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어쨌든 물리적인 거리를 떼어서 넓히는 게 ‘벌리다’입니다.
‘벌이다’는,
“일을 계획하여 시작하거나 펼쳐 놓다.”는 뜻으로,
잔치를 벌이다/사업을 벌이다처럼 씁니다.
“놀이판이나 노름판 따위를 차려 놓다.”, “여러 가지 물건을 늘어놓다.”가게를 차리다.“
“전쟁이나 말다툼 따위를 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쉽게 가르실 수 있죠?
‘벌리다’는 물리적인 간격을 넓게 하는 것이고,
‘벌이다’는 어떤 일을 시작하는 것이고...
따라서, 잔치는 ‘벌리’는 게 아니라 ‘벌이’는 것이죠.
“잔치를 벌였다.”가 맞습니다.
세상살이가 늘 잔칫집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