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귀신 이야기로 시작할게요.
그리 무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 전통 속에 살아 있는 귀신을 소개해 드릴 거고,
종교적인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가위눌렸다는 말 아시죠?
거기에 나오는 가위가 바로
자는 사람을 누른다는 귀신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사는 집에는 여러 가지 귀신이 함께 삽니다.
성주, 조왕, 터주, 삼신, 축신 따위가 바로 그런 귀신들입니다.
굴왕신은 무덤을 지키는 신이고,
두억시니는 사납고 못된 장난으로 사람을 못살게 구는 귀신,
성주는 집을 지키고 보호해 주는 귀신이며,
조왕은 부엌을 맡은 귀신입니다.
주당은 뒷간을 지키는 귀신이고,
터주는 집터를 지키는 귀신입니다.
또, 아기를 점지하고 산모와 산아를 돌보는 세 신령을 삼신이라고 합니다.
삼신할머니가 애를 점지해 주셔야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하잖아요.
저 어렸을 때 기억에,
아버님이 상가에 다녀오시면 집안에 들어오시기 전에 뒷간에 먼저 다녀오셨습니다.
그 까닭은,
혹시라도 상가에서 붙었을지도 모르는 나쁜 귀신을
뒷간에 사는 주당이 떼 내주라고 뒷간에 먼저 가신 겁니다.
그리고 아버님은 뒷간에 들어가시면 항상 모자를 먼저 벗으셨습니다.
요즘도 모자를 쓴 채 어른에게 인사를 하지 않듯이,
집안의 귀신에게 모자를 벗고 예의를 갖춘 거죠.
"집단의 구성원 가운데 가장 오래된 사람을 이르는 말."이 터줏대감입니다.
이 말도 터주라는 집터를 지키는 귀신에서 온 말입니다.
오늘 제가 왜이리 주절주절 귀신이야기를 지껄이는지 궁금하시죠?
실은 어제부터 제가 일하는 곳에 새로운 직원이 한 분 오셨습니다.
그분은 농촌진흥청 외부과제를 담당하게 되는데,
아무쪼록 앞으로 계속, 쭉~~~ 그 자리에서 그 일을 맡아,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터줏대감이 되길 빕니다.
혜진 씨!
같이 일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농촌진흥청 외부과제 터줏대감이 되시면 나중에 저 좀 잘 봐주세요. ^^*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소개시키다 >> 소개하다]
저는 이상한(?) 똥고집이 하나 있습니다.
저는 남의 부탁을 웬만해서는 거절하지 못하는데,
저에게 부탁하는 사람이 우리말을 엉터리로 쓰면서 부탁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 나름대로 우리말을 사랑하는 한 방법이죠.
어제 있었던 일인데요.
어떤 사람이 저에게 전화를 해서 저녁에 제 친구 아무개를 소개시켜 달라더군요.
그 사람을 소개시켜주면 뭘 어떻게 해 주겠다면서...
아마 그냥 소개해 달라면 제가 소개했을 겁니다. 어제저녁에는 약속도 없어서...
그러나 소개시켜 달라면... 소개를 안 해주죠.
"서로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양편이 알고 지내도록 관계를 맺어 주는 일"은,
'소개시키다'가 아니라 '소개하다'입니다.
'시키다'는 "어떤 일이나 행동을 하게 하다."는 뜻으로,
인부에게 일을 시키다처럼 씁니다.
굳이 '소개하다'와 '소개시키다'의 차이를 풀어보면,(실은 말도 안 되는 소린데...)
'소개하다'는 '갑'이 '을'과 '병'을 서로 알고 지내도록 맺어주는 것이지만,
'소개시키다'는 다른 제3자가 '갑'에게 '을'과 '병'을 맺어 주도록 시키는 겁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또 다른 사람을 소개하는 것은,
소개시키는 게 아니라 소개하는 겁니다.
내가 하는 행동을 '한다'고 하지 않고 '시킨다'고 하면 안 되죠.
남들 시켜 먹는 게 좋아서인지는 몰라도,
설득할 일도 설득시키라고 하고,
취소할 일도 취소시키라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냥 주차하면 될 것을, 주차 시키고 온다고 하고,
내공을 전수하면 될 것을, 내공을 전수키시고...
저는 그런 사람들은 제 주위 사람에게 소개 안 합니다.
같이 안 놀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