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2/08] 우리말) 아빠, 똥 드세요.

조회 수 7402 추천 수 44 2007.02.08 12:13:47
아빠, 똥 드세요.
뭐? 뭘 먹으라고?
똥... 아빠, 이게 똥이에요.

딸내미가 집어든 걸 보니 봄똥으로 무친 김치네요. ^^*

오늘은 봄똥 이야기를 좀 해 볼게요.
봄똥이 뭔지는 아시죠?

속이 꽉 찬 배추와 달리,
가을에 심어 겨우내 눈바람 맞으며 얼었다가 녹은,
옆으로 펑퍼짐하게 퍼진 볼품없는 배추가 바로 봄똥입니다.
생긴 것은 그래도 맛은 기가 막힙니다.
요즘이 딱 그 철이네요.

누가 맨 처음 그 이름을 지었는지는 몰라도
'봄똥'이라는 이름이 참 멋지지 않나요?

근데 안타깝게도 이 '봄똥'은 표준말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사투리도 아닙니다.
아직 사전에 오르지 않은 말입니다.
표준말은 '얼갈이'입니다.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심는 푸성귀."죠.

지난주 일요일(4일) 아침에 MBC 고향은 지금에서,
진도를 찾아가 봄똥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자막에는 '봄동'이라고 나오고,
사회자는 [봄동]이라고 하기도 하고 [봄똥]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사전을 좀 뒤져봤습니다.
야후, 엠파스, 다음에 있는 국어사전에는 봄똥, 봄동 모두 없다고 나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봄똥, 봄동 모두 없습니다.
네이버에는 "전년도 가을, 또는 전년도에 심어놓은 배추나 무가 봄에 새순이 나서 자라난 것을 일컫는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보태기를 꼭 보세요.)

다음 뉴스검색을 해 보니,
봄똥 6, 봄동 108, 얼갈이 155개의 기사가 나오네요.

어쨌든,
봄동이나 봄똥은 표준말은 아닙니다. 표준말은 '얼갈이'입니다.

내친김에 '벼락김치'도 소개해 드릴게요.
벼락 치듯 빨리 만들어 먹는 김치가 바로 벼락김치입니다.
설마 그런 낱말이 진짜로 있냐고요?
있습니다.
이 벼락김치는 생김치나 날김치와는 다릅니다.

오늘 저녁에는 집에 들어가시면서 얼갈이 몇 개 사다가
벼락김치를 만들어 드시는 것은 어때요?

겨울 비가 오네요. ^^*

우리말123

보태기
1.
얼갈이에는 여러 뜻이 있습니다.
1. 논밭을 겨울에 대강 갈아엎음.
2. 푸성귀를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심는 일
3.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심는 푸성귀

다음 뉴스 검색에서 얼갈이가 155개 나왔는데,
이는 3번의 뜻뿐만 아니라 1, 2번의 뜻으로 쓴 기사도 있을 겁니다.

2.
네이버 사전에서 '봄똥'을 찾아보면
"전년도 가을, 또는 전년도에 심어놓은 배추나 무우가 봄에 새순이 나서 자라난 것을 일컫는다."이라고 나옵니다.
http://kin.naver.com/openkr/entry.php?docid=37642

눈에 걸리는 거 뭐 없나요?
밭에서 자라는 배추 친구는 '무우'가 아니라 '무'입니다.
사전이 틀렸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따 논 당상 --> 떼어 놓은 당상]

오늘, 제가 근무하는 회사의 모든 직원이 올에 무슨 일을 하겠다고 발표하는데,
저만 발표하지 않습니다.
발표하지 않으니, 자료를 만들 필요도 없고, 긴장하지 않아도 되고...
그래도 뭔가 일은 해야 하니,
오늘은 우리말편지나 하나 더 보내겠습니다.

어젯밤에 축구 보셨어요?
비록 지긴 했지만 참 잘하더군요.
이런 식으로 나가면 이번 월드컵에서 16강은 물론 8강도 떼어 논 당상일 겁니다.

어떤 일이 확실하여 조금도 틀림없이 진행될 것이란 의미로
'떼어 놓은 당상'이나, '따 논 당상'이라는 말을 합니다.

'당상'은,
조선시대의 높은 벼슬인데,
어떤 사람을 위해, 꼭 어떤 사람에게만 주려고,
따로 떼어 놓은 당상 자리라는 뜻이,
'떼어 놓은 당상'입니다.
곧, '맡아 놓은 일, 확실한 일'이죠.
따라서, '떼어 놓은 당상'이나, '떼 논 당상'이라고 써야지,
'따 논 당상'이라고 쓰면 안 됩니다.

'따다'는,
붙어 있는 것을 잡아떼다,
노름, 내기, 경기 따위에서 이겨 돈이나 상품 따위를 얻다,
꽉 봉한 것을 뜯다. 따위의 뜻이 있습니다.

'떼다'는,
붙어 있거나 잇닿은 것을 떨어지게 하다,
전체에서 한 부분을 덜어 내다,
함께 있던 것을 홀로 남기다,
걸음을 옮기어 놓다. 따위의 뜻이 있습니다.

사과 따듯 나무에 걸린 당상 벼슬을 따거나,
고스톱 쳐서 벼슬을 따거나,
봉투 속에 든 벼슬을 꺼낸 게 아니니,
당연히 '따 논 당상'이 아니라, '떼어 논 당상'이라고 써야 합니다.

"떼어 둔 당상 좀 먹으랴."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하늘이 우리를 위해서
이미 월드컵 8강을 따로 떼어 놨는데,
그게 어디 가겠어요?
우리 선수들이 가끔 흔들려도 월드컵 8강은 이미 우리를 위해 떼어 둔 거니,
걱정하지 마시고, 응원이나 열심히 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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