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토요일이 참 좋습니다. 이렇게 늦게 나올 수 있잖아요. ^^*
지난주 토요일, 딱 일주일 전에 저는 딸아이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이제 겨우 다섯 살(45개월)인데 편지를 써서 주더군요.
오늘은 그 이야기 좀 할게요. 마침 토요일이라...^^*
(토요일에는 우리말이나 맞춤법이야기를 보내기도 하지만, 가끔 제가 살아가는 이야기도 보냅니다.)
"오늘 엄마 퇴원하시는 날이니 집 청소 좀 하자. 저것은 네 장난감이니 네가 치워라. 아빠는 방과 거실을 청소할게."
"......"
"저것좀 치우라고! 네가 가지고 놀았으니 네가 치워야지. 안 그래?"
"......"
"야! 오늘 엄마 퇴원해서 집에 오시는데 이렇게 어지럽게 장난감을 널어놓으면 되겠어? 이러다 넘어지시면 엄마 또 병원에 입원하실 수도 있잖아! 빨리 치워!"
티격태격하다 결국 제가 장난감을 대충 상자에 담고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한창 청소하는데
딸내미가 뒤에서 저를 콕콕 찌르더니
"아빠, 편지"하면서 종이를 주더군요.
바로 이겁니다.
'성제훈X'
"이게 무슨 뜻이야?"
"아이 참 아빠 엑스라고오~"
"엑스가 뭔데?"
"그것도 몰라? 아빠 밉다고오~"
"......"
제가 이 녀석을 어떻게 만들었는데,
제가 이 녀석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저에게 처음 편지를 주면서 감동을 선사하더니,
알고 보니 그 뜻이 아빠가 밉다라니...
울어야할지 웃어야할지...
딸내미 편지를 받아서 기쁘긴 한데, 뜻이 영 거시기하네요.
그래도 좋습니다. 저에게 어떻게 온 딸인데요. 저는 그저 기쁩니다. ^^*
오늘은 딸내미가 쓴 'X'이야기를 해 볼게요.
O, X를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세요?
'오', '엑스'?
'동그라미', '가위표'?
'동그라미', '가새표'?
'X'는 가새표가 맞습니다.
가새는
"사각형으로 짠 뼈대의 변형(變形)을 막기 위하여 대각선 방향으로 빗댄 쇠나 나무 막대"를 뜻합니다.
http://www.korean.go.kr/imgdata/image/half/a/a00016.jpg
'가세'와 소리가 비슷한 가위가 있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옷감, 종이, 머리털 따위를 자르는 기구로
날이 있는 두 개의 쇠를 교차시켜 가운데 사북을 박고,
지레의 원리를 이용하여 다리를 벌렸다 오므렸다 하여 자르는 기구입니다.
http://www.korean.go.kr/imgdata/image/half/aa/aa537ssy.jpg
'X'는
가새와 닮았지만
잘 모르는 가새보다는 흔히 보는 가위를 떠올려
'가새표'보다 '가위표'를 더 많이 씁니다.
이런 현실을 받아들여 국립국어원에서 1999년에 사전을 만들면서
'가새표'가 맞는 말이지만,
'가위표'도 맞다고 복수표준어로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X'를 '가위표'라고 해도 되고 '가새표'라고 해도 됩니다.
둘 다 맞습니다.
그러나 '가께표'나 '가세표'는 틀립니다.
어찌어찌 글을 쓰다 보니,
딸내미 편지 이야기하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어쨌든, O, X를
'오, 엑스'보다는
'동그라미표, 가새표(가위표)'라고 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오늘 아침에 일터에 나오면서 제 딸내미에게 물어봤습니다.
"아빠 동그라미야 가위표야?"
"아빠는 동그라미야!"
^_____^*
이런 딸이 있어 저는 언제나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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