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아무래도 주말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데,
아니나다를까 눈에 띄는 엉터리 말이 참 많네요.
토요일 아침 8시 40분 MBC에서 '엑기스'라는 자막을 내 보냈고,
일요일 아침 11시 40분 KBS 진품명품에서 "좋은 작품이라고 사료됩니다."라고 했고,
곧이어 '해방 이후 최고의 전단'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일요일 저녁 6시 16분 MBC에서 "대박의 꿈을 쫓는..."이라고 했고,
일요일 밤 11시에 KBS에서 "현해탄을 건넌다."고 했습니다.
extract를 일본말로 읽은 エキス[에끼즈]를 '진액'으로 바꾼 지가 언젠데...
"좋은 작품이라고 사료됩니다."가 아니라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가 바릅니다.
'사료'는 "깊이 생각하여 헤아림"이라는 뜻인데 일본에서 온 낱말입니다. '생각'으로 쓰시면 됩니다.
'행정순화용어'로 다듬은 지 오랩니다.
'됩니다'도 바르지 않습니다.
전문가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니까 생각합니다가 맞습니다, 객관성을 보이려고 그러시는 것 같은데,
사료됩니다나 생각됩니다는 바르지 않습니다.
'해방'과 '광복'은 다릅니다.
해방(解放)은,
"구속이나 억압, 부담 따위에서 벗어나게 함"이라는 뜻으로,
우리는 가만히 있는 가운데
몇몇 강대국의 도움으로 일본놈들의 압제에서 풀려났다는 수동적인 뜻이 있습니다.
광복(光復)은,
"빼앗긴 주권을 도로 찾음"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곧,
우리 선조가 목숨을 바쳐가며 나라를 되찾았다는 능동적인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8월 15일은 '해방절'이 아니라 '광복절'입니다.
쫓다와 좇다는 다릅니다.
내 몸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움직이면 쫓다를 쓰지만, 그렇지 않으면 좇다입니다.
따라서 꿈은 쫓는 게 아니라 좇는 겁니다.
일본과 우리나라 사이에 있는 바다는 동해입니다.
일본해도 아니고 현해탄도 아닙니다.
현해탄은 우리나라 부산과 일본 옆에 있는 작은 일본 국립공원입니다.
일본에 가면서 현해탄을 건너가는 것은 맞을지 모르지만,
일본에 가는 것을 두고 '현해탄을 건넌다'고 하면 안 됩니다.
MBC와 KBS 기계가 잠시 고장 났었나 봅니다. ^^*
토요일 오후에 시장에 갔습니다.
광고지에 보니 엉터리가 눈에 확 띄더군요.
<img src="http://www.webprp.com/board_img/life/urimal123_2007-08-06_1.jpg">
어떻게 '페스티벌'과 '페스티발'을 바로 옆에 써 놓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거야말로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겁니다.
외래어니까 대충 써도 된다고 생각하시고,
그냥 막 쓴 걸 겁니다.
festival은 '페스티벌'이라고 읽는데,
이것마저도 '잔치', '축전', '큰 잔치'로 다듬었습니다.
오래 살고 싶으니 긴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
이번 주도 많이 웃으시고,
건강하게 보내시길 빕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주니]
주말 잘 보내셨어요?
저는 이천 누나 집에 가서 하룻밤 묵고
돌아오는 길에 이천 도자기 전시장에 들렀다 왔습니다.
저와 아내는 콧바람을 쐬니 좋았지만,
뒷좌석에 탄 애들은 지루한가 보더군요.
더군다나 안전띠로 꽁꽁 묶어 뒀으니...
한 시간쯤 지나자 주니가 나는지 칭얼대더군요.
오늘은 주니를 소개드릴게요.
주니...
줄리엣과 하니를 합친 영어 합성어?
주니...왠지 모를 영어 냄새가 나죠?
그러나 '주니'는 아름다운 우리말입니다.
주로 '나다', '내다'와 함께 쓰여 "몹시 지루함을 느끼는 싫증"을 뜻합니다.
이제 이 일은 주니가 나서 못하겠다처럼 씁니다.
어제와 그제 애들이 차 안에서 느꼈을 지루함과 따분함이 바로 '주니'죠.
애들이 차 안에서 주니를 냈던 겁니다.
그러나 애들은 힘들었어도 저는 참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