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인수위원회에서 밝힌 정부조직개편안을 보셨나요?
제가 일하는 농촌진흥청이 없어지게 생겼습니다.
18청 가운데 오로지 농촌진흥청만 없어지고,
7,000명 가까이 공무원을 줄이는데 그 가운데 1/3인 2,100명이 농촌진흥청 직원입니다.
이 정도면 농업을 포기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닐 겁니다.


안녕하세요.

춥죠?
저도 몸도 춥고 마음도 춥네요.

어제 인수위원회에서 밝힌 정부조직개편안을 보셨나요?
제가 일하는 농촌진흥청이 없어지게 생겼습니다.
18청 가운데 오로지 농촌진흥청만 없어지고,
7,000명 가까이 공무원을 줄이는데 그 가운데 1/3인 2,100명이 농촌진흥청 직원입니다.
이 정도면 농업을 포기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닐 겁니다.

어제 오후에 그 소식을 듣자마자
늘쩍지근하고 날짝지근하니 온몸의 힘이 다 빠지는 것 같아 깨나른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늘쩍지근하다 : 몹시 느른하다.)
(날짝지근하다 : 몹시 나른하다.)
(깨나른하다 : 몸을 움직이고 싶지 않을 만큼 나른하다.)

정부조직 개편 소식을 듣고
해낙낙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훔훔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해낙낙하다 : 마음이 흐뭇하여 만족한 느낌이 있다.)
(훔훔하다 : 얼굴에 만족한 표정을 띠다.)
저는
부들부들 떨면서 만경하다시피 눈에 힘이 빠지더군요.
눈물도 갈쌍거리고......
(만경하다 : 눈에 정기가 없어지다.)
(갈쌍거리다 : 눈에 눈물이 자꾸 넘칠 듯이 가득하게 고이다.)

어제저녁에는 6시가 넘자마자 동료들이 다 같이 술집으로 몰려갔습니다.
다들 부어라 마셔라......
간잔지런하게 눈을 뜨고 여기저기에 대고 신세 한탄을 했습니다.
(간잔지런하다 : 졸리거나 술에 취하여 위아래 두 눈시울이 서로 맞닿을 듯하다.)

아침에 일터에 나오기는 했지만
나라져서 냅뜰 힘이 없네요.
(나라지다 : 심신이 피곤하여 나른해지다.)
(냅뜨다 : 일에 기운차게 앞질러 나서다.)

국가의 앞날을 보고 그렇게 했겠지만,
살똥스럽고 몰강스럽게 농업을 포기한 정권......
제발 뒤넘스런 짓이 아니었기만을 빕니다.
(살똥스럽다 : 말이나 행동이 독살스럽고 당돌하다.)
(몰강스럽다 : 인정이 없이 억세며 성질이 악착같고 모질다.)
(뒤넘스럽다 : 어리석은 것이 주제넘게 행동하여 건방진 데가 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우뢰, 우레]

반가운 비가 내렸습니다.
어젯밤에 번개 치고 천둥 치며 세차게 비를 뿌렸는데,
오랜만에 천둥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참 좋더군요.

“뇌성과 번개를 동반하는 대기 중의 방전 현상”을 ‘천둥’이라고 하죠?
그 ‘천둥’을 한자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우뢰(雨雷)라고 만들었고,
속없는 학자들이 우리 사전에 그대로 올렸습니다.

그 덕분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어사전에,
“소나기가 내릴 때 번개가 치며 일어나는 소리”는
‘우뢰’라고 나와 있었죠.
그게 표준말로 인정되어서 그대로 사용한 겁니다.

그러나 이제는 바로 잡았습니다.
‘우뢰’는 ‘우레’라는 순 우리말을 보고 한자쟁이들이 억지로 만든 말입니다.
‘우레’는 우리말 ‘울다’의 어간 ‘울-’에
접미사 ‘-에’가 붙어서 된 말입니다.
‘우레’는 토박이말이므로 굳이 한자로 적을 이유가 없습니다.
아니, 굳이 그럴 이유가 없는 게 아니라,
그러면 안 됩니다.

‘우뢰’는 이제 표준어 자격을 잃고 사라진 말이니 사용하면 안 됩니다.

천둥과 함께 복수 표준어인 ‘우레’라는 말을 모르고,
‘우뢰’를 사용하다 보니,
이제는 우리말 ‘우레’가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죠.
‘우레’와 같은 뜻인 ‘천둥’도 표준말입니다.

관용어구로,
“많은 사람이 치는 매우 큰 소리의 박수”를,
‘우레와 같은 박수’라고 하죠.
‘그의 연주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처럼 씁니다.
참 좋고 적절한 표현이죠.

오늘도
천둥 치며 먼 하늘에서 우레가 울려올까요?
다들 우산 챙기셨죠?

보태기)
천둥/우레/번개/벼락은 어떻게 다를까?
사전적인 의미는 아래와 같습니다.
천둥/우레 : 뇌성과 번개를 동반하는 대기 중의 방전 현상
번개 : 구름과 구름, 구름과 대지 사이에서 공중 전기의 방전이 일어나 번쩍이는 불꽃
벼락 : 공중의 전기와 땅 위의 물체에 흐르는 전기와의 사이에 방전 작용으로 일어나는 자연현상

좀 풀어보면,
‘천둥/우레’는 뇌성(천둥소리)과 번개를 포함하는 낱말이고,
‘번개’는 하늘에서 일어나는 불꽃이며,
‘벼락’은 하늘에서 일어난 불꽃인 ‘번개’가 땅에 떨어진 것을 말합니다.
가르실 수 있겠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43985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49657
416 [2008/01/24] 우리말) 초등학교 교육을 영어로 하겠다고요? id: moneyplan 2008-01-24 8257
415 [2008/01/23] 우리말) 곰팡스럽다 id: moneyplan 2008-01-23 7117
414 [2008/01/22] 우리말) 마다하다와 마다다 id: moneyplan 2008-01-22 10247
413 [2008/01/21] 우리말) 지금부터와 지금으로부터 id: moneyplan 2008-01-21 5014
412 [2008/01/18] 우리말) 왜 농촌진흥청이 국가기관으로 있어야 하는가 id: moneyplan 2008-01-21 9833
411 [2008/01/18] 우리말) 섟 id: moneyplan 2008-01-18 5818
» [2008/01/17] 우리말) 제 일터 농촌진흥청이 없어졌습니다 id: moneyplan 2008-01-17 5956
409 [2008/01/16] 우리말) 캐주얼을 우리말로 하면? id: moneyplan 2008-01-16 6896
408 [2008/01/15] 우리말) '찝찝해요'의 발음 id: moneyplan 2008-01-15 7633
407 [2008/01/14] 우리말) 띄어쓰기 틀린 것 몇 개 id: moneyplan 2008-01-14 12278
406 [2008/01/11] 우리말) ‘감옥’과 ‘죄수’에 대하여 id: moneyplan 2008-01-11 6452
405 [2008/01/10] 우리말) 범털과 개털 id: moneyplan 2008-01-10 7574
404 [2008/01/09] 우리말) 속긋 id: moneyplan 2008-01-09 6547
403 [2008/01/08] 우리말) 엉기다와 엉키다 id: moneyplan 2008-01-08 7274
402 [2008/01/07] 우리말) 숨탄것 id: moneyplan 2008-01-07 5113
401 [2008/01/04] 우리말) 해포이웃 id: moneyplan 2008-01-04 8463
400 [2008/01/03] 우리말) 풋낯 id: moneyplan 2008-01-03 9644
399 [2008/01/02] 우리말) 산소리 id: moneyplan 2008-01-02 5776
398 [2007/12/30] 우리말) 내광쓰광 id: moneyplan 2007-12-31 10435
397 [2007/12/29] 우리말)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id: moneyplan 2007-12-31 68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