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인수위원회는 붓날면 안 됩니다.
(붓날다 : 말이나 하는 짓 따위가 붓이 나는 것처럼 가볍게 들뜨다.)
새롱거려도 안 됩니다.
(새롱거리다 : 경솔하고 방정맞게 까불며 자꾸 지껄이다)
소락소락해도 안 됩니다.
(소락소락 : 말이나 행동이 요량 없이 경솔한 모양.)


안녕하세요.

어제 보내드린 편지에서 나오지 않은 글자가 있네요.
'어하다'고 보이는데 실은 저는 '어쓰ㅅ하다'고 썼습니다.
"마음이 호탕하고 의협심이 강하다"는 뜻의 낱말이죠.
근데 '어하다'고만 나왔네요.
지금 다시 해봐도 '어쓰ㅅ하다'고는 안 나오네요.

인수위에서 어제 밝히기를
초등학교에서 영어가 아닌 다른 과목도 영어로 수업하도록 한다고 했죠?
이제 초등학교에서는 국어도 영어로 가르치고, 국사도 영어로 배우게 생겼습니다.
이게 말이 되나요?

제가 알기에
초등학교는 기초지식을 배워 창의성을 키워가는 게 그 교육의 목표라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 혼과 넋을 커 나가는 애들에게 가르치는 게 초등학교 교육입니다.
그런데 그런 교육을 영어로 하겠다고요?
아직 우리나라 정체성이 여물지 않은 애들에게 영어로 가르치겠다고요?
이게 국가에서 할 짓인가요?

미국은 세 살배기 애들도 영어를 잘하고,
거지도 영어를 잘하며,
부랑자들도 영어를 유창하게 합니다.
설마 그게 부러워서 우리나라 애들을 그렇게 키우시려는 것은 아니죠?
영어를 잘 지껄이기만 하면 세계적인 인물이 저절로 되나요?

도대체 어쩌자고 이러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국민을 섬기며 잘살게 만들겠다는 정부가,
국민을 문문하게 보는 것 같습니다.
(문문하다 : 어려움 없이 쉽게 다루거나 대할 만하다. 만만하다의 센소리)

이러다, 정말 이러다,
나중에는 영어 교육에 사교육비가 많이 드니,
사교육비를 줄이고자 우리나라가 미국의 51번째 주로 들어가야 한다고 하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정권인수위원회는 붓날면 안 됩니다.
(붓날다 : 말이나 하는 짓 따위가 붓이 나는 것처럼 가볍게 들뜨다.)
새롱거려도 안 됩니다.
(새롱거리다 : 경솔하고 방정맞게 까불며 자꾸 지껄이다)
소락소락해도 안 됩니다.
(소락소락 : 말이나 행동이 요량 없이 경솔한 모양.)

지금 인수위를 보면 덜퍽부린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덜퍽부리다 : 고함을 지르면서 푸지게 심술을 부리다.)

이런 말씀드리고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디론가 끌려갈지 모르지만,
이건 분명합니다.
초등학교에서 영어가 아닌 다른 과목을 영어로 가르친다는 것은 미친 짓입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한글문화연대(대표 고경희, 부대표 정재환)에서
초중등 일반 과목의 영어 수업 도입 방침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다음과 같이 발표했네요.



초중등 일반 과목 영어 수업, 실용인가 만용인가?


- 영어 사교육을 조장하고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초중등 일반 과목 영어 수업 방침을 즉각 철회하라! -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공약으로 영어 공교육 완성 계획을 내걸면서, 그 방안의 하나로 초중등 수업 중 국어나 국사 같은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1월 22일, 17대 인수위원회 역시 이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음을 밝혔다. 인수위는 영어 사교육비를 절감하고, 조기유학이나 기러기아빠 등으로 인해 생기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그 목표로 내세웠다.

물론 우리 국민 모두는 영어 사교육비가 나날이 증가하고, 이에 따른 교육양극화가 심해지며, 조기유학 등으로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이 어찌 이다지도 근시안적이고 비현실적이며 위험한가?

영어 광풍의 원인은 무엇인가? 실제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영어 능력보다 몇 십 배 몇 백배 부풀려진 ‘영어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 심리다. 실제 사용을 위해서가 아니라 입시와 입사와 승진을 위한 평가 기준으로서의 영어 능력이 영어 교육과 학습의 목표인 이상, 영어 교육은 왜곡되고 사교육비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작 이런 불안 심리를 조장하고 있는 세력은 누구인가? 국민들 앞에서 으스대며 영어 단어를 남발하는 지도층 인사들, 자기 자랑도 모자라 아예 공무원들의 회의를 영어로 하라고 강요하는 정치인들이 아닌가?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바로 그 불안 심리를 조장한 핵심 인물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고는 상처에 소금뿌리는 식으로 대안을 내놓고 있다. 카드 연체를 막기 위해 악성 사채를 쓰겠다는 생각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는 초중등 과정에서 영어 과목 외의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겠다는 발상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한다.

첫째, 영어 능력 하나면 다 된다는 식의 잘못된 교육관을 유포시켜 교육 과정의 균형을 깨고 교육의 전반적인 질을 떨어뜨린다.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는 생각하는 힘과 민주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갖춘 사람이지 영어 하나 잘 하는 사람은 아니다.

둘째, 국어와 민족 정체성을 말살하는 정책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 민족의 지혜를 모아 국제적인 국가 경쟁력을 갖추는 흐름이 아닌, 국제적인 자본에 선택받을 개인의 경쟁력만 키우자는 흐름으로 우리 국민을 몰아갈 것이다.

셋째,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더욱 증폭시켜 영어 사교육비의 증대를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영어로 하는 수업에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기존의 영어 사교육 외에 영어로 하는 수업 대비 사교육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넷째, 유아기부터 영어 사교육이 강화됨으로써 소득 격차에 따른 교육 기회 불평등 구조를 강화시키고 교육 복지에 반하는 교육 양극화를 부채질한다.

더구나 사회적 환경의 차이를 무시하고 영어몰입교육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실험의 대상으로 내모는 무책임의 극치다. 철학 없는 실용은 국민의 고통을 무시하는 만용에 불과하다.

<우리의 요구>
1. 초중등 영어몰입교육 방침을 즉각 취소하라.
2. 영어 능력에 대한 국민의 불안 심리를 조장하지 말라.
3.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실질적인 영어 수요의 수준과 범위를 꼼꼼히 조사하고 대책을 강구하라.
4.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의 영어 남용을 즉각 중지하라.



2008년 1월 23일

한글문화연대 대표 고경희

따온 곳 : http://pr.hankyung.com/read_sub.php?id=313138&no=0&ca=&ca1=&ca2=&sf=&st=&of=&nwof=&conttype=&tm=1&type=&hotissue=&sdate=&eflag=&spno=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기여들기 >> 끼어들기]

어제는 동대문시장에서 물건을 좀 사러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촌놈이 오랜만에 서울에 간 것을 알았는지,
여기저기서 끼어드는 바람에 운전하느라 혼났습니다.

흔히,
‘차가 옆 차로로 무리하게 비집고 들어서는 일’을 ‘끼여들기’한다고 하는데요.
그건 틀린 겁니다.
‘끼여들기’가 아니라 ‘끼어들기’입니다.

어떤 사전에 보면,
‘끼어들다’나 ‘끼어들기’가 없고,
오히려,
‘끼여들다’를 올림말로 올린 사전이 있는데요.

국립국어원에서 1999년에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끼여들다’를 빼고, ‘끼어들다’만 넣었습니다.
‘끼어들다’만 표준어로 인정한 것이죠.

‘끼어들다’는
자기 순서나 자리가 아닌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서다는 뜻입니다.

어제 제가 서울에서 운전할 때 억지로 끼어든 사람도 나쁜 사람이지만,
여러분도 잘못 끼어들면 사고 나기 쉽습니다.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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