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02] 우리말) 몰강스럽다

조회 수 7594 추천 수 103 2008.05.02 09:20:16
우리말에
'질금'이라는 어찌씨(부사)가 있습니다.
"물건이나 돈 따위를 조금씩 쓰거나 나누어서 주는 모양"으로
가게 주인은 물건값이 오를 것 같자 물건을 질금 내어 놓았다처럼 씁니다.
이보다 더 센 느낌의 낱말이 '찔끔'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저녁 7:43에 KBS1에서 '제 18대 국회'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한자어 수사 앞에 붙는 '제'는 '차례, 순서'를 나타내는 앞가지(접두사)로 뒷말과 붙여 써야 합니다.
'제18 대'가 맞습니다.
다만, 순서를 나타내는 경우나 숫자와 어울리어 쓰이는 경우에는 단위를 붙여 쓸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대'를 18과 붙여
'제18대'로 쓸 수 있습니다.

요즘은 뉴스를 보기가 겁납니다.
특히 왜 이리 성범죄가 많이 일어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뉴스에 보니 어느 지역 초등학교에서 집단 성폭행이 있었다고 하네요.
어른의 성범죄도 큰일이지만 같은 또래 친구의 성범죄도 또한 입에 담기 힘든 나쁜 짓입니다.
그 어린 나이에 어쩌자고 이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말에 '살똥스럽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말이나 행동이 독살스럽고 당돌하다."는 뜻입니다.
'몰강스럽다'는 낱말도 있습니다.
"억세고 모지락스럽게 차마 못할짓을 하다."는 뜻입니다.
어쩌다 이런 살똥스럽고 몰강스러운 일이 이렇게 일어나는지 모르겠습니다.

남과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며,
남과 함께 웃고 떠들며 정을 나누고 살기에도 부족한 한뉘일텐데 어쩌자고 그 어린 나이에 그러는지...

오늘은 가슴이 아프네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굴레/멍에]

제가 아는 사람 가운데 7대 독자가 한 명 있습니다.
얼마 전에 태어난 그 사람 아들은 8대 독자죠.

누군가,
그 사람의 아들은 8대 독자라는 멍에를 쓰고 태어났다고 하더군요.
아무리 요즘은 독자가 많다지만, 그래도 8대 독자는...
묘셔야할 조상만해도... 제사가 몇 건이며, 벌초해야 할 봉은 몇 개 인지...
제가 생각해도 좀 짠하네요.

오늘은 그 8대 독자를 생각하면서 글을 쓰겠습니다.

굴레가 뭔지 아시죠?
소에 코뚜레를 꿰어 머리를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동여맨 것을 말합니다.
그 코뚜레로 힘센 소를 힘 약한 사람이 부릴 수 있는 거죠.
그 코뚜레는 소가 어느 정도 크면 채워서 소가 죽을 때까지 차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멍에는 다릅니다.
멍에는,
달구지나 쟁기를 끌 때 마소의 목에 가로 얹는 구부정한 나무를 말합니다.
이 멍에는 소의 힘을 빌려 일을 할 때만 소의 목에 겁니다.
소가 태어나서부터 평생 쓰고 있는 것은 아니죠.

굴레와 멍에는 둘 다 소를 속박하는 것이긴 하지만,
굴레는 죽을 때까지 쓰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멍에는 일을 할 때만 쓰는 것입니다.

이것을 사람에게 적용해보면,
노비의 자식, 살인법의 아들...처럼 내 의지로 평생 벗을 수 없는 게 ‘굴레’고,
남편의 속박, 가난, 친구와 불화...처럼 내 노력에 따라 벗을 수 있는 게 ‘멍에’입니다.
“가난이라는 멍에는 노력하면 벗을 수 있다. 굴레처럼 생각하고 자포자기하면 안 된다”처럼 쓸 수 있죠.

그럼,
8대 독자는 멍에일까요, 굴레일까요?
제 생각에 그건 부모에게 달렸습니다.

부모가 아들을 하나 더 낳으면 8대 독자에서 벗어나므로(벗어날 수 있으므로) ‘멍에’고,
부모가 애를 낳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평생 8대 독자가 되니, 그것은 ‘굴레’고...
ㅋㅋㅋ

그나저나,
현재까지 8대 독자인 그 녀석이
건강하게 잘 자라길 빕니다.
여러분도 그 아기를 위해 기도해 주실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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