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28] 우리말) 그냥 제 아들 이야기입니다

조회 수 5840 추천 수 95 2008.06.30 08:31:01
옛 어르신은 말을 배운다고 하지 않고 말문이 트인다고 했습니다.
자전거 타는 것처럼 배워서 되는 게 아니라 본래 안에 있던 게 한순간에 드러나는 것이라고 본 거죠.


안녕하세요.

오늘이 토요일, 내일 일요일이 제 아들 생일입니다.
나이는 네 살이지만 이제 겨우 36개월 됐습니다.
두 돌이 좀 지나니 말문이 트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제법 말을 잘합니다.
누가 따로 말하는 것을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무척 잘합니다.

저희 어머니는 그런 애를 보고, 몸속 어딘가에 말이 들어 있다가 때가 되면 한꺼번에 나온 거라고 하십니다.
배워서 저렇게 하려면 그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렇게 빨리 배울 수 있겠냐면서...

옛 어르신은 말을 배운다고 하지 않고 말문이 트인다고 했습니다.
자전거 타는 것처럼 배워서 되는 게 아니라 본래 안에 있던 게 한순간에 드러나는 것이라고 본 거죠.

'트이다'는 "식물의 싹, 움, 순 따위가 벌어지다"나 "막혀 있던 것을 치우고 통하게 하다"는 뜻인 '트다'의 입음움직씨(피동사)입니다.
어린아이에게 말이라는 어떤 싹이나 그런 유전자가 안에 들어 있다가 때가 되면 한꺼번에 나온다고 본 거죠.

제가 봐도 그런 것 같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주위에서 말을 듣고 배운다지만
자라는 여건이 다른데도 말문은 두 살쯤 되면 다 트입니다.
부모가 키우건 든 할머니가 키우건 그 쯤되면 다 말문이 트입니다.
그래서 저도 저희 어머니 말에 동감합니다.
애들은 어딘가에 말을 품고 있다고 두 돌쯤 지나면 내뱉기 시작하는 거라고...^^*

우리 조상은 참으로 현명하십니다.
우리는 애가 태어나자마자 한 살을 줍니다.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나이를 세기 시작하니 태어나자마자 두 살이 되는 거죠.
곧, 배 속의 태아도 사람으로 본 겁니다. 그래서 태교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셨겠죠.

또,
옛날에는 자녀를 많이 낳아 길렀습니다.
가난한데도 많이 낳아 길렀습니다.
왜 그리 많이 낳으셨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저절로 생겼다고 할 것이고
애들은 태어나면서 자기 먹을 것은 다 가지고 나오니 걱정할 게 없다고 하실 겁니다.

저도 요즘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
제 애들이 다 자기 먹을 것을 갖고 태어났다고 봅니다.
저는 제 아들과 딸이 차가운 머리보다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애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라고, 눈치보다는 배려를 먼저 알고 나눔과 베풂을 먼저 아는 아이로 자라라고,
오늘도 오후에 애들과 함께 흙 밭에서 뒹굴고 놀 생각입니다.

저는 세상에서 제일 깨끗하고 진실한 것이 해와 흙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해야 햇빛을 받는 것밖에 할 수 없지만,
흙은 만지고 놀면서 즐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흙이 좋습니다.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가슴이 아프네요]

뉴스를 보니 참 슬프네요.
단군 이래 최대의 영웅이라는 황우석 교수.
저는 그 분야의 지식이 없어서 사실이 뭔지 진실이 뭔지도 모르는 어리보기로
(어리보기 : 말이나 행동이 다부지지 못하고 어리석은 사람)
가리사니도 없는 날탕이지만,
(가리사니 : 사물을 판단한 만한 지각)
(날탕 : 아무것도 없는 사람)
저도 과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래저래 가슴이 아프고 스스럽네요.
(스스럽다 : 수줍고 부끄러운 느낌이 있다)

교수와 원장이 겨끔내기로 하는 기자회견도 가년스럽고,
(겨끔내기 : 서로 번갈아 하기)
(가년스럽다 : 몹시 궁상스러워 보이다. 보기에 가난하고 어려운 데가 있다)
떼꾼하며 조쌀하지 못한 황 교수와 노 원장을 보는 것도 너무나 힘듭니다.
(떼꾼하다 : 몹시 지쳐서 눈이 쑥 들어가고 생기가 없다)
(조쌀하다 : 늙었어도 얼굴이 깨끗하고 맵시 있다)
애끓고, 애끊는 아픔이 이런 건가 봅니다.

우련한 진실에 다가서고자
(우련하다 : 형태가 약간 나타나 보일 정도로 희미하다. 희미하게 겨우 보이다.)
이것저것 되작거려 동티 내 군것지게 만든 것 같은 언론이 밉기도 하면서,
(되작거리다 : 물건들을 요리조리 들추며 자꾸 뒤지다)
(동티 : 땅, 돌, 나무 따위를 잘못 건드려 지신(地神)을 화나게 하여 재앙을 받는 일. 공연히 건드려 스스로 화를 부름)
(군것지다 : 없어도 좋을 것이 쓸데없이 있어서 거추장스럽다.)
그래도 진실은 밝혀져야 하기에...

버물린 두 과학자가 안타깝기도 하고...
(버물다 : 못된 일이나 범죄 따위에 관계하다)
불주려고 그런 건 아니겠지만,
(불주다 : 남에게 일부러 곤욕이나 해를 입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셈들게 될 것 같기도 하고...
(셈들다 : 사물을 분별하는 슬기가 생기다)

이번 일이,
터울대는 과학기술계에 찬물을 끼얹거나,
(터울거리다 : 어떤 일을 이루려고 몹시 애를 쓰다)
조라떨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조라떨다 : 일을 망치도록 경망스럽게 굴다)
이번 일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각다분하지만,
(각다분하다 : 일을 해 나가기가 힘들고 고되다)
이번 일을 너볏하게 잘 넘기고 마물러,
(너볏하다 : 몸가짐이나 행동이 번듯하고 의젓하다)
(마무르다 : 일의 뒤끝을 맺다)
국민 모두가 과학기술계를 그느르는 좋은 기회로 만들면 좋을텐데...
(그느르다 : 돌보고 보살펴 주다)
더불어서 과학기술계는 갈음질하는 좋을 기회로 삼으면 좋을텐데...
(갈음질 : 칼, 가위 따위의 연장을 날이 서게 가는 일)

정말로 가슴이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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