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06] 우리말) 엥꼬와 엔꼬

조회 수 7495 추천 수 98 2009.03.06 09:14:22
기름이 떨어졌건, 펑크가 났건, 운전대가 빠졌건 자동차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은 모두 えんこ[엔꼬]입니다.
꼭 기름이 떨어져서 못 움직일 때만 쓰는 낱말은 아닙니다.



안녕하세요.

아침에 보니 제가 몰고 다니는 차가 이제 막 10만km를 넘게 달렸네요.
지난 2004년 여름에 샀으니 일 년에 2만 킬로 넘게 탄 셈입니다.
고향에 몇 번 가고 애들과 주말에 좀 놀러다녔더니 그러네요.

오늘은 자동차 이야기 하나 해 볼게요.
흔히 자동차에 연료가 다 떨어져 더는 갈 수 없을 때 '엥꼬'났다고 하고,
이 말이 영어 empty를 일본어 투로 읽은 것이라고 합니다.

그게 아닙니다.
일본말에 えんこ[엔꼬]가 있습니다.
"자동차가 고장으로 움직이지 않음."이라는 뜻입니다.
기름이 떨어졌건, 펑크가 났건, 운전대가 빠졌건 자동차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은 모두 えんこ[엔꼬]입니다.
꼭 기름이 떨어져서 못 움직일 때만 쓰는 낱말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동차 기름이 다 닳아 움직일 수 없을 때 그런 말을 씁니다.
이제는 버립시다.
엥꼬도 버리고 엔꼬도 버리고... ^^*

오늘 편지는
일본말 えんこ[엔꼬]를 알자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을 바로잡고자 하는 것뿐입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앞에서 '2만 킬로'라고 썼는데요.
'킬로'는 '킬로그램'과 '킬로미터'의 줄임말입니다.
따라서 몸무게가 3킬로 빠졌다나 차를 2만 킬로 넘게 탔다고 써도 됩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 입니다.


[숟가락을 떨어뜨리다? 떨어트리다?]

흔히,
애들은 네 살까지 평생 부모에게 할 효도를 다 한다고 하죠?
그 말이 맞지 않기를 빕니다.
왜냐하면,
제가 요즘 그 행복의 한가운데 있거든요.
35개월 된 네 살배기 딸과,
15개월 된 두 살배기 아들의 재롱을 보고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집에서 애들 노는 꼴을 좀 보면,
밥을 먹다가 딸내미가 한 숟가락 떠먹고 그 숟가락을 바닥에 떨어뜨립니다.
그러면 아들은 그걸 주워서 그 숟가락에 붙은 밥알 한두 개 떼어먹고 숟가락은 누나에게 줍니다.
그걸 받아든 누나와 동생이 서로 마주보고 깔깔대며 웃습니다.
딸내미가 또 한 숟갈 떠서 먹고, 그 숟가락을 바닥에 떨어트립니다.
그러면 아들은 또 그걸 주워서 밥알 몇 개 떼어먹고 숟가락은 누나에게 줍니다.
그걸 들고 둘이 마주보고 깔깔대며 웃고......
제가 보기에는 하나도 재미없을 것 같은데
애들은 그게 그리도 재밌나 봅니다.

숟가락이 바닥에 떨어지면,
방바닥에 있는 먼지도 묻어 위생상 별로 좋지 않을 것인데 그걸 그리 재밌게 즐기고 노네요.
그렇게 노는 걸 넋 놓고 보는 저는 참 행복합니다.
애들이 조금만 커도 그렇게 놀지 않겠죠?

애들이 네 살까지 평생 부모에게 할 효도를 다 해버리면,
저는 그 효도가 거의 끝나가잖아요.
그래서 그 말이 틀리길 빈 겁니다. ^^*

오늘은 애들 노는 것을 생각하면서,
숟가락을 '떨어뜨리다'와 '떨어트리다'를 알아볼게요.
"위에 있던 것을 아래로 내려가게 하다."는 뜻의 낱말은
'떨어뜨리다'가 맞을까요 '떨어트리다'가 맞을까요?

답은 둘 다 맞다입니다.
'무너뜨리다'와 '무너트리다',
'깨뜨리다'와 '깨트리다'도 모두 복수 표준어로 둘 다 맞습니다.
빠뜨리다, 빠트리다.................

제 딸이 숟가락을 떨어뜨리는 것도 맞고 떨어트리는 것도 맞습니다. ^^*

우리말123

보태기)
흔히,
'말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처럼 '떨구다'는 표현을 쓰는데요.
'떨구다'는 '떨어뜨리다'나 '떨어트리다'의 사투리입니다.
많이 쓰는 낱말이긴 하지만 아직 표준어는 아닙니다.

따라서,
'낯선 바람은 꽃잎 떨구고 눈물이 되어 고여라'라는 노랫말도 틀린 겁니다.
이런 것을 다 생각하면 노래 못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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