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08] 우리말) 틀린 자막 몇 개

조회 수 6476 추천 수 80 2009.09.09 08:45:51
모티브(motive)는 어떤 일이나 행동을 일으키게 하는 계기로 국립국어원에서 '동기'로 다듬은 말입니다.
모티프(motif)는 프랑스말에서 온 낱말로 회화, 조각, 소설 따위의 예술 작품을 표현하는 동기가 된 작가의 중심 사상을 뜻합니다.
문제가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모티브와 모티프를 모두 정답으로 본 것은 좀 이상합니다.


안녕하세요.

하늘이 참 맑고 좋네요. ^^*

어젯밤 11:35에 SBS에서 '엄한데서...'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일의 결과가 다른 데로 돌아가 억울하게 느껴지는"이라는 뜻의 관형사는 '애먼'입니다.
애먼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다, 애먼 짓 하지마라처럼 씁니다.

지난 일요일 오후에 도전 골든벨에서는
'모티브'와 '모티프'를 모두 맞는 답으로 봤습니다.
모티브(motive)는 어떤 일이나 행동을 일으키게 하는 계기로 국립국어원에서 '동기'로 다듬은 말입니다.
모티프(motif)는 프랑스말에서 온 낱말로 회화, 조각, 소설 따위의 예술 작품을 표현하는 동기가 된 작가의 중심 사상을 뜻합니다.
문제가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모티브와 모티프를 모두 정답으로 본 것은 좀 이상합니다.

우리는 외래어를 적을 때 신경을 좀 덜 쓰는 것 같습니다.
무를 무수라고 하거나 미숫가루를 미싯가루라고 하면 틀린 것을 금방 알고 바로 잡는데,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말은 어차피 완벽한 발음을 못 한다고 생각해서 그러신지 조금 너그러운 것 같습니다.
도전골든벨에서도 학생이 '화이팅'이라고 쓴 정답판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이왕이면 '파이팅'이라고 쓴 정답판을 보여주거나 '힘내자'나 '지화자', '영차'라고 쓴 정답판이면 더 좋았지 싶습니다.

참,
도전골든벨에서는 이상하게 문장 끝에 마침표 점을 찍지 않더군요.
문장이 끝나면 모두 점을 찍어야 합니다.
심지어 개조식이라고 하는 끊어 쓰는 문장도 끝에는 모두 점을 찍어야 합니다.
점을 찍지 않는 무슨 까닭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학생들이 많이 보는 방송이니만큼 맞춤을 제대로 따르는 자막이 나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어벌쩍 넘기다]

어제는 제가 일하는 농촌진흥청에서
대국민보고회가 있었습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작년에 어떤 일을 했고 그 성과는 무엇이라는 것을 국민에게 보고드리는 자리였습니다.

농촌진흥청은 국가기관으로
어떤 경우에도 국민을 속이거나
농업인의 어려움을 어물쩍 넘기는 일은 없습니다.
전화 한 통화만 주시면 언제 어디든지 찾아가서 가려운 곳을 긁어드립니다.
1544-8572(일어서서 바로처리)로 전화를 주시면
대한민국 어디든 찾아갑니다.

오늘은,
농촌진흥청이 국민의 어려움을 어물쩍 넘기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어물쩍을 살펴보겠습니다.

'말이나 행동을 일부러 분명하게 하지 아니하고 적당히 살짝 넘기는 모양'을 뜻하는 부사는 '어물쩍'입니다.
이번 일은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처럼 씁니다.
거기서 나온 말이 '어물쩍거리다'로
'꾀를 부리느라고 말이나 행동을 자꾸 일부러 분명하게 하지 아니하고 적당히 살짝 넘기다'는 뜻입니다.
'어물쩍대다'도 비슷한 뜻입니다.

'어물쩍'과 같은 뜻으로 '우물쩍'도 있습니다.
우물쩍 넘기다, 우물쩍 숨기다, 우물쩍 지나치다처럼 씁니다.
마찬가지
우물쩍거리다와 우물쩍대다도 있습니다.

그런 뜻의 그림씨(형용사)로는 '어정쩡'이 있습니다.
'분명하지 아니하고 모호하거나 어중간하다.'는 뜻이죠.
어정쩡한 태도, 찬성도 반대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처럼 씁니다.

발음이 비슷한 '어벌쩡'도 있습니다.
부사로 '제 말이나 행동을 믿게 하려고 말이나 행동을 일부러 슬쩍 어물거려 넘기는 모양.'을 뜻합니다.
어벌쩡 달래 놓고...처럼 씁니다.

제가 일하는 농촌진흥청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어벌쩡하게 일하지는 않습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어물쩍 넘기지도 않습니다.
언제 어디서든지 국민이 찾으면 바로 달려갑니다.
1544-8572로 전화만 주십시오. ^^*

우리말123

보태기)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어벌쩍, 어벌쩡, 우물쩡이 있으나,
한글학회 우리말큰사전에는
어벌쩍만 있고, 우물쩡, 어벌쩡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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