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1] 우리말) 책 한 권 권해드립니다

조회 수 6723 추천 수 92 2009.09.11 09:09:26
오늘은 우리말이 아닌 책 이야기를 해 볼게요. 가을이잖아요. ^^*


안녕하세요.

오늘도 날씨가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우리말이 아닌 책 이야기를 해 볼게요. 가을이잖아요. ^^*

언젠가 제가 보는 책을 소개해 드린 적이 있었죠?
저는 일주일에 한두 권, 한 달에 예닐곱 권의 책을 읽습니다.
몇 시간 만에 다 보는 책도 있고, 2-3주 동안 곁에 두고 조금씩 보는 책도 있지만,
한 해에 100여 권 남짓 보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본 책을 남에게 선물하는 것을 즐깁니다.
제 손때가 묻어 있고, 제가 밑줄그은 그대로를 남에게 선물합니다.
내가 읽어 봤더니 이런 점이 좋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네가 생각나서 보낸다는 편지와 함께 남들에게 책을 보냅니다.
굳이 돌려받을 생각은 없습니다. ^^*

'생각의 지도'는 한식 세계화를 위해서 다른 나라 사람과 우리나라 사람의 다른 점을 알고 과를 이끌어가야 할 한식세계화 관련 과장님께 보내드렸고,
'젊음의 탄생'은 미국에서 8년간 살다 연구소에 막 들어온 젊은 박사 연구원에게,
'디지로그'는 다른 나라에서 오래 살아 한국 생활이 서툰 연구관에게 드리면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섞는 아이디어를 찾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랐습니다.
'말이 인격이다'는 제 일터의 홍보팀장을 맡은 선배님께 드렸고,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는 아직도 집에서 큰소리치고 사는 간 큰 40대 후반 선배님께,
'장부의 굴욕'은 승진시험에서 떨어져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벗에게 보냈습니다.
'지식의 통섭'은 미국서 7년간 전기분야 연구만 하다 온 대학 후배에게 세상에는 이과도 있지만 문과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보냈고,
제가 쓴 '우리말 편지'라는 책은 40세가 넘어 연구소에 들어왔지만 그동안 실험실에만 박혀 있어 맞춤법이 헷갈린다는 새내기 연구원에게 줬습니다.
제 아내에게는 '아웃라이어'와 '넛지'를 권했습니다.
이번 여름에 선물한 책 가운데 생각나는 게 이 정도네요. 아마 몇 권 더 있을 텐데 그것을 일일이 다 기억하려 힘쓰지 않다 보니 딱히 생각나지는 않네요.
주면 준 것으로 끝이고, 제가 받을 생각이 없으니 굳이 누구에게 무슨 책을 줬는지 기억할 필요는 없잖아요. ^^*

저는 벌써 읽어봤지만,
아직 서점에는 나오지 않은 '농업불패'라는 책은 농업분야에 관심이 많은 목포문화방송 보도부장 최진수 기자님과
KBS에서 심야토론을 진행하는 민경욱 앵커에게 보내드릴 생각입니다.

제가 책을 사서 보내드리지는 못하지만
여러분에게도 책을 한 권 권해 드립니다.
'멀리 가려면 함께가라'는 책입니다.
흔히 서점에서 볼 수 있는 자기개발 서적은 이렇게 열심히 살고, 저렇게 꾸준히 노력하라는 내용이 대부분인데,
이 책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목 그대로 남과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그래야만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저는 이미 읽었기에 누구에게 선물할지 고민 중입니다. ^^*

가을입니다.
책 한 권 들고 서늘한 그늘을 찾아보시는 것은 어떠신지요.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설마 이 편지를 보시고,
제가 책 장사 한다거나 간접광고 한다고 꾸중하시는 분은 안 계시겠죠?
설마하니... ^^*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소고기와 쇠고기]

주말 잘 보내셨나요?
이제 이곳 수원도 벚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맨 밑에 벚꽃 사진을 붙입니다.

먼저,
어제 일요일 오전 8시 59분쯤 KBS 성장드라마에서
'제 5화'라고 제와 5를 띄어 썼습니다. '제5화'가 맞습니다.

일요일 밤 10시 43분, KBS1에서 광릉수목원에 다양한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식물은 서식하는 게 아니라 자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광릉수목원은 1999년에 국립수목원으로 이름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7시 8분, 벚꽃 구경하면서 주차 때문에 실랑이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실랑이가 아니라 승강이가 맞습니다.

오늘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요즘 FTA로 여기저기서 말이 많네요.
다른 것은 모르고
쇠고기 시장 개방 가운데, 소고기와 쇠고기를 알아볼게요.

여기에도, 이 작은 낱말 하나에도 재밌는 게 많이 숨어 있습니다.

먼저,
지난 1988년에 표준어 규정이 바뀌기 전까지는
쇠고기만 표준어였고 소고기는 사투리였습니다.
고기가 소의 부속물이라서 '소의 고기'가 되고 이를 줄여 '쇠고기'가 된 거죠.
그러다가 사람들이 소고기라고 많이 발음하니까 나중에 소고기도 표준어로 인정하게 된 겁니다.
쇠고기와 소고기가 복수표준어가 된 거죠.
사실 복수표준어이긴 하지만,
쇠고기가 원칙이고 소고기는 그렇게 써도 되는 것으로 인정한 겁니다.
재밌는 것은,
쇠고기와 소고기를 모두 표준어로 인정하고 나니,
쇠로 시작하는 복합명사도 모두 표준어로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소가죽/쇠가죽, 소똥/쇠똥, 소꼬리/쇠꼬리, 소갈비/쇠갈비, 소기름/쇠기름, 소머리/쇠머리, 소뼈/쇠뼈 따위도 모두 표준어가 된 겁니다.

여기까지도 봐 줄만 합니다.
그런데 '소의'의 줄임말인 '쇠'가 철이라는 뜻도 있잖아요.
그렇다 보니,
쇠머리가 '소의 머리'인지,
단단한 '쇠 머리'인지 헷갈리게 된겁니다.
이건 또 어떻게 갈라야죠?

우리말123

보태기)
1.
소달구지는 쇠달구지라고 하지 않습니다.
달구지의 소의 부속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소의 달구지'가 말이 안 되듯이,
쇠달구지도 말이 안 되는 겁니다.
그리고 그냥 달구지이지 소달구지도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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