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나 물건 따위가 넓게 한 바퀴 도는 모양을 뜻하는 어찌씨(부사)가 '빙그르르'입니다.
이를 '빙그르'라고도 쓰는데, 이는 바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도 무척 춥네요.
어제도 저녁 늦게까지, 아니 새벽까지 열심히 손목운동과 목운동을 했습니다.
집에 들어갈 때는 빙그르르 돌더군요. ^^*
몸이나 물건 따위가 넓게 한 바퀴 도는 모양을 뜻하는 어찌씨(부사)가 '빙그르르'입니다.
이를 '빙그르'라고도 쓰는데, 이는 바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빙그르'와 '빙그르르'를 모두 맞는 것으로 올려놨는데 제가 보기에는 좀 이상합니다.
또 그 사전에 오른 움직씨(동사)로는 '빙그르르하다'만 있고 '빙그르하다'는 없습니다.
빙그르르가 맞는데 사람들이 빙그르라고 많이 쓰니까 사전에서 이를 표준말로 올렸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거죽에 기름기나 물기 따위가 묻어서 윤이 나고 미끄러운 모양을 뜻하는 부사는 '번지르르'입니다.
나중에는 이 낱말도 '번지르'로 사전에 오르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저는,
제가 느끼는 말 맛은
'빙그르'보다 '빙그르르'가 한 바퀴 더 도는 느낌이 들어 좋고
'번지르'보다 '번지르르'가 더 미끄러운 것 같아 좋습니다. ^^*
우리말 어찌씨(부사)에 '르'를 겹쳐 쓰는 게 꽤 있습니다.
까르르, 도르르, 부르르, 사르르, 우르르, 주르르, 후르르가 그런 낱말입니다.
'드'를 겹쳐 쓰는 낱말도 있습니다.
바로 지금 제 몸을 뜻하는 '찌뿌드드'입니다.
이를 '찌뿌드하다'고 쓰면 안됩니다. 찌뿌드드하다가 맞습니다.
오늘도 몇 탕 뛰어야 하는데...
몸은 찌뿌드드하고
아침부터 머리는 빙그르르 도는 것 같고...
걱정입니다.
제발 오늘도 무사히... ^^*
고맙습니다.
보태기)
'탕'은
어떤 일을 하는 횟수를 나타내는 단위로 속어가 아닙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루에 두 탕이나 뛰다처럼 씁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저희 집은 콩켸팥켸입니다]
며칠 전에 제가 저희 집 애들은 띠앗이 좋다고 자랑했었죠?
그래서 팔불출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요.
오늘은 애들 흉 좀 볼게요.
저희 집은 집이 좁아 애들방이 따로 없습니다.
거실이 곧 애들 놀이터도 되고 장난감 창고도 됩니다.
그러다 보니 하루만 치우지 않아도 거실은 온통 난장판입니다.
말 그대로 콩켸팥켸가 됩니다.
어디 발 디딜 틈도 없죠. ^^*
오늘은 콩켸팥켸를 알아볼게요.
설마 이런 낱말이 진짜로 있냐고요?
있습니다. ^^*
'콩켸팥켸'는
'사물이 뒤섞여서 뒤죽박죽된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본래는 콩켜팥켜였습니다.
여기에 쓴 켜는 '포개어진 물건 하나하나의 층'을 말합니다.
시루에 떡을 찔 때,
쌀가루를 넣고, 그 위에 콩을 넣고, 다시 쌀가루를 넣고 그 위에 팥을 넣고...... 뭐 이렇게 층층이 쌓아 나가잖아요.
그런데 그 쌀가루와 콩, 팥을 한꺼번에 시루에 집어넣으면 어떻게 될까요?
뒤죽박죽되어서 어디까지가 콩이고 어디까지가 팥인지 모르겠죠?
곧, 어디까지가 콩 켜이고, 어디까지가 팥 켜 인지 모른다는 말에서 콩켜팥켜가 생겨났고,
그 게 변해서 콩켸팥켸가 된 겁니다.
그나저나 저는 언제 넓은 집으로 이사가서 거실이 콩켸팥켸된 꼴을 안 보고 살죠?
그런 날이 올까요?
보태기)
국립국어원에서 1998년에 사전을 만들 때
'켸켸묵다'는 '케케묵다'로 바꾸었으나,
'콩켸팥켸'는 '콩케팥케'로 바꾸지 않았습니다.
무슨 까닭이 있는지 아니면 학자들이 깜빡했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어쨌든 표준말은 '콩켸팥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