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른 사람에게 또 다른 사람을 소개하는 것은,
소개시키는 게 아니라 소개하는 겁니다.
내가 하는 행동을 '한다'고 하지 않고 '시킨다'고 하면 안 되죠.
[소개시키다]
안녕하세요.
며칠 전에 제 일터에서 자리를 바꿨습니다. 이 팀에서 저 팀으로 간 거죠. ^^*
맡은 일도 다른 거다 보니 낯설기도 하고,
갑자기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니 정신없이 헷갈리기도 합니다.
어제 오후에는 어떤 회의에 갔더니
새로 온 사람이라면서 저를 소개하더군요. 덕분에 많은 사람과 인사를 나눴습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양편이 알고 지내도록 관계를 맺어 주는 일"은
'소개시키다'가 아니라 '소개하다'입니다.
'시키다'는 "어떤 일이나 행동을 하게 하다."는 뜻으로,
근로자에게 일을 시키다처럼 씁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긴 하지만,
굳이 '소개하다'와 '소개시키다'의 차이를 풀어보면
'소개하다'는 '갑'이 '을'과 '병'을 서로 알고 지내도록 맺어주는 것이지만,
'소개시키다'는 다른 제삼자가 '갑'에게 '을'과 '병'을 맺어 주게 시키는 겁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또 다른 사람을 소개하는 것은,
소개시키는 게 아니라 소개하는 겁니다.
내가 하는 행동을 '한다'고 하지 않고 '시킨다'고 하면 안 되죠.
남들 시켜 먹는 게 좋아서인지는 몰라도,
설득할 일도 설득시키라고 하고,
취소할 일도 취소시키라고 하는 때가 있습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고,
여러 사람이 만나도록 소개하는 것도 살면서 느끼는 기쁨 가운데 하나입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가정난 >> 가정란]
점심 맛있게 잘 드셨나요?
난/란, 양/량, 예/례
오늘은, 난/란, 양/량, 예/례 의 구별에 대해 알아볼게요.
‘가정난’이 맞아요, ‘가정란’이 맞아요?
‘알림난’이 맞아요, ‘알림란’이 맞아요?
실은 이걸 가르는 아주 쉬운 원칙이 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난’과 ‘란’을 가르는데 어려워하고 힘들어하더군요.
원칙은 간단해요.
한자어 뒤에는 ‘란’을 쓰고,
외래어나 고유어 뒤에는 ‘난’을 씁니다.
따라서 ‘스포츠난, 알림난, 어린이난’이 맞고,
‘통보란, 가정란, 독자란’이 맞습니다.
식물 ‘蘭’도 원칙은 마찬가집니다.
한자어 다음에는 ‘란’, 고유어나 외래어 다음에는 ‘난’
따라서 문주란, 금자란, 은란이 맞고,
거미난, 제비난, 지네발난이 맞죠.
‘量’ 도 마찬가집니다.
한자어 다음에는 ‘량’, 고유어나 외래어 다음에는 ‘양’
즉, ‘노동량, 작업량’으로 쓰고,
‘구름양, 알칼리양’으로 써야죠.
쉽죠?
당연히 ‘例’ 도 같겠죠?
한자어 다음에는 ‘례’, 고유어나 외래어 다음에는 ‘예’
‘인용례, 실례’가 맞죠.
근데 ‘率’은 좀 달라요.
모음이나 ‘ㄴ’받침 뒤에서는 ‘율’이고 다른 경우는 ‘률’입니다.
따라서 ‘비율, 실패율, 득표율, 백분율’로 쓰고,
‘법률(法律), 출석률’로 써야 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