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07] 우리말) 나르다와 날다

조회 수 5509 추천 수 5 2011.03.07 12:06:03
하늘을 나는 느낌은 새가 되어봐야 할겠지만,
하늘은 나르는 느낌은... 글쎄요... 하느님 만이 느낄 수 있는 느낌 아닐까요? ^^*



안녕하세요.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주도 기분좋게 자주 웃으면서 보냅시다. ^^*

기분이 좋을 때 흔히 하늘을 나는 느낌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하늘을 나는 느낌과 하늘을 나르는 느낌을 갈라보겠습니다.

공중에 떠서 어떤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움직이는 것은 '날다'입니다.
하늘에 기러기가 무리를 지어 난다, 거리에 흙먼지가 나니 눈을 뜰 수가 없다처럼 씁니다.

'나르다'는 물건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다는 뜻입니다.
이삿짐을 나르다, 화분을 날랐다처럼 씁니다.

따라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분은
하늘을 나르는 느낌이 아니라 하늘을 나는 느낌이 맞습니다.

하늘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뜻이라면,
'하늘을 나르는'이 맞겠지만,
그렇지 않고,
하늘에서 날아다니는 슈퍼맨을 말할 때는,
'하늘을 나는'이라고 써야 합니다.

자동사 '날다'는 불규칙활용동사로,
'나니, 나오, 나는’과 같이 변하므로,
'날으는'이 아니라 '나는'이 맞습니다.

하늘을 나는 느낌은 새가 되어봐야 할겠지만,
하늘은 나르는 느낌은... 글쎄요... 하느님 만이 느낄 수 있는 느낌 아닐까요? ^^*

봄입니다.

자주 웃고, 크게 웃고, 또 늘 웃으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바람 불고, 바람 맞고, 바람피우고... 그런 걸 바란 게 아닌데... ]

날씨가 끄물끄물하네요.

요즘 농사철이다 보니 자주 편지를 못 드립니다.
남들이 부지런하게 일할 때 저는 옆에서 바지런이라도 떨어야 월급 받죠

지난주에는 서산에 다녀왔습니다.
서산 간척지 논에서 일을 좀 했는데요.
바람 참 많이 불더군요.
더군다나 꽃샘추위에...
오늘은 그 ‘바람’ 이야기입니다.

‘바람’에는 뜻이 참 많습니다.
우리가 가장 잘 아는 뜻은,
“기압의 변화로 일어나거나 기구 따위로 일으키는 공기의 움직임”이죠.

다른 뜻으로,
맞고 싶지 않은 바람은,
“남에게 속다. 허탕을 치다.”라는 뜻의 바람이고,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만 할 수 있는,
배우자 몰래 다른 사람과 거시기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바람이고,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도 바람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바람’입니다.
흔히들 ‘바램’이라고 하시는데 이건 ‘바람’을 잘못 쓰신 겁니다.

우리가 ‘바람’을 ‘바램’이라고 쓰는 데는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노사연이 부른 ‘만남’이라는 노래에 보면,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잊기엔 너무한 나의 운명~~~”
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너무나 많이 부르는 노래다보니
국민의 입에 아예 익어버렸어요.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제 생각에는 여기서부터 잘못 된 것 같습니다.
‘...우리의 바램’이 아니라 ‘우리의 바람’인데...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바라다’에서 온 ‘바람’이지 ‘바램’이 아닙니다.
‘자라다’에 명사를 만드는 ‘-(으)ㅁ’이 붙어서 ‘자람’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라다’에 명사를 만드는 ‘-(으)ㅁ’이 붙으면 ‘바람’이 됩니다.
‘자라다’와 ‘-았-’이 결합하면 ‘자랐다’가 되는 것처럼
‘바라다’에 ‘-았-’이 결합하면 ‘바랐다’가 되는 거죠.

조금은 익숙하지 않으실 수 있지만,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바램’이 아니고 ‘바람’입니다.

참고로,
‘바램’은 ‘바래다’의 명사형으로,
“볕이나 습기를 받아 색이 변하다.”는 뜻입니다.
빛 바랜 편지/색이 바래다/종이가 누렇게 바래다처럼 씁니다.

우리 국민 모두,
아니 제가 아는 사람만이라도
우리말을 바로 쓰는 걸 보는 게 바로
저의 작은 ‘바람’입니다.

오늘도 즐겁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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