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여러 가지 까닭으로 '저희 나라'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바릅니다.

안녕하세요.

아침에 이슬비가 조금 내리네요.
이 비에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리는 벚꽃이 놀라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어제 누리그물(인터넷)에서 한 국회의원이 올린 글을 봤습니다.
국회에 나와 답변하시는 장관이 '우리나라'를 자꾸 '저희 나라'라고 잘못 말해 안타깝다는 글이었습니다.
제가 여기에 그 글을 바로 옮기면 문제가 좀 될 것 같아 그 글의 주소를 아래에 붙입니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bumgoonet&logNo=150106624633&categoryNo=0&parentCategoryNo=0&viewDate=¤tPage=1&postListTopCurrentPage=1&isAfterWrite=true&userTopListOpen=true&userTopListCount=5&userTopListManageOpen=false&userTopListCurrentPage=1

그 글을 보고 생각나는 게 있어 몇 가지 적습니다.

1. '우리'가 들어간 합성어 가운데 붙여 쓰는 것은 딱 세 개만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우리나라', '우리말', '우리글' 이렇게 세 개만 붙여 쓰고, 다른 것은 띄어 씁니다.
우리 집, 우리 회사, 우리 것처럼 쓰는 게 바릅니다.

2. 이름을 쓸 때는 '홍길동'처럼 성과 이름을 붙여 쓰고,
이름과 호칭, 이름과 직명은 띄어 씁니다.
따라서,
'홍길동 씨'라 써야 바르고, '홍 선생', '홍 장관'이라고 써야 바릅니다.

3. 우리가 사는 이 나라를 이를 때 '우리나라'라고 하는 게 바릅니다.
그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 상대에게 나를 낮추고자 하면, 나를 그냥 두고 상대를 높이거나, 상대를 그대로 둔 채 나를 낮추면 됩니다.
'나'를 쓰지 않고 '저'를 쓰면 나를 낮춰서 상대를 높이는 겁니다.
그런데 상대와 내가 같은 공동체일 때는 나를 낮춘다고 낮춘 게 상대방까지 같이 낮춰버리게 됩니다.
보기를 들면, 한 회사에서 사장님과 이야기를 할 때 '저희 회사'라고 하면, 사장님이 속한 회사를 낮추면서 사장님까지 같이 낮추게 됩니다.
사장님은 그냥 두고 나만 낮춰야 하는데 사장님도 같이 낮아져 버리는 것이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저희 나라'라고 하면 대한민국 사람 모두가 낮아지게 되므로 존대 뜻이 없어지게 됩니다.
이 나라는 우리 국민 모두의 나라이지 말하는 그 사람만의 나라가 아닙니다.
- 그럼,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에게는 '저희 나라'라고 해되 되는가.
  문법적으로는 그게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누가 감히 이 나라를 만대로 낮춰서 상대를 높일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그럼 문법적 차이를 다른 나라 사람이 알리도 없으니, 당연히 '우리나라'라고 써야 바르다고 생각합니다.
- '우리'는 말하는 이가 자기와 듣는 이, 또는 자기와 듣는 이를 포함한 여러 사람을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로 듣는 이도 포함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저희'는 듣는 이를 포함하는 뜻으로는 쓰일 수 없습니다. 따라서 듣는 이가 포함되는 경우에는 '저희'가 아니라 '우리'만을 써야 합니다.
'저희'는 말하는 이보다 듣는 이가 나이가 많거나 신분이 높거나 하여 우월한 위치에 있을 때에 쓰는데, 단체와 단체, 나라와 나라 사이에는 비록 힘의 차이는 있다 하더라도 평등한 위치에 있는 존재들로 봐야 하므로 높임과 낮춤의 대상이 될 수 없고,
힘의 우열을 판단할 기준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며, 한 개인이 높이거나 낮출 수 있는 대상이 되지도 못한다는 점들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로 쓰는 것이 적절한 쓰임입니다.
- '저희'라는 낮춤말은 한 집단의 대표자가 다른 대표자 앞에, 자식이 부모 앞에, 회사의 직원이 대표나 상사 앞에, 대표 학생이 스승 앞에, 한 집단의 단원이 그 수장 앞에서 자기와 자기의 휘하에 있는 동료와 부하를 낮추어 이르는 복수형 대이름씨(대명사)입니다.
따라서, 복수대명사 뒤에 '나라' 같은 다른 대명사를 접속할 수 없습니다.
저희가, 저희는, 저희 모임은... 등과 같이 그냥 '저희'라고 말해야 한다.
- 상대방과 대화할 때 겸양의 뜻을 나타내려는 마음가짐으로, '우리'보다는 '저희'를 씁니다.
그러나 '나라'는 겸양의 대상이 될 수 없기에 우리 한민족이 세운 나라를 스스로 이를 때에는, 어떤 경우이든, '저희 나라'가 아닌, '우리나라'라고 써야 바릅니다.

어쨌든, 여러 가지 까닭으로 '저희 나라'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바릅니다.

고맙습니다.


보태기)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을 보면서 잘생겼다거나 못생겼다고 트집 잡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저는 오늘 편지에서 우리말을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국회의원 이야기도 아니고 국무위원 이야기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리말 이야기일 뿐입니다.
달을 가리키는 제 손가락을 보지 마시고, 제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봐 주십시오. ^^*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렸던 우리말편지입니다.



[부모님께 안갚음을...]

제 차는 참 불쌍합니다.
주인을 잘못 만나,
산 지 몇 달 만에 뒤범퍼 좌우를 깨 먹고,
그것도 부족해 앞범퍼도 다른 차와 뽀뽀시키고,
게다가 어제는 펑크까지 났네요.
불쌍한 녀석...

오월을 흔히 가정의 달이라고 하죠?
내일이 어린이날,
다음 주 일요일이 어버이날,
그 다음 주는 스승의 날...

오늘은 좋은, 아름다운 우리말을 하나 알려드릴게요.
여러분 ‘안갚음’이라는 낱말 아세요?
‘앙갚음’과 발음은 비슷한데 뜻은 전혀 다릅니다.

‘안갚음’은 순 우리말로,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일’을 말합니다.
즉, ‘자식이 커서 부모를 봉양하는 일’을 뜻하죠.

학교 다니실 때 반포지효라는 고사성어 배웠죠?
그 반포(反哺)와 같은 말입니다.
참 아름답고 고운 우리말인데,
‘앙갚음’과 발음이 비슷해서 쓰기를 주저하는 단업니다.

이 아름다운 오월에
’안갚음’이라는 낱말을 생각하면서,
부모님께 전화 한 통 드리는 것은 어때요?

오늘도 행복하게 지내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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