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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렸던 우리말편지입니다.
[낭만에 대하여...]
어제도 퇴근 후 곡차를 한 잔 했습니다.
곡차 기운이 거나한 김에 노래방에까지 들렀죠.
누군가 오랜만에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부르더군요.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
참 멋진 노래죠.
말 그대로 낭만에 젖어 노래를 감상했습니다.
노래는 좋아도 그 ‘낭만’이라는 말은 참 창피한 말입니다.
‘낭만’의 사전적 의미는
"실현성이 적고 매우 정서적이며,
이상적으로 사물을 파악하는 심리 상태.
또는 그런 심리 상태로 인한 감미로운 분위기"입니다.
그 낭만을 한자로는
물결/파도 랑(浪) 자에 넘쳐흐를 만(漫) 자를
씁니다.
전혀 어울리지 않죠?
다 이유가 있습니다.
‘낭만’은
영어(프랑스언가?) romance를 일본
사람들이 비슷한 발음의 한자를 빌려다 적은 겁니다.
일본 사람들은 romance를 ‘浪漫’이라고 쓰고,
‘ろうまん[로우망]’이라고 읽습니다.
자기들 발음에 맞는 비슷한 발음의 한자를 빌려다 적고,
읽는 것도 원 발음과 비슷하게 ‘로우망’이라고 읽는 거죠.
근데 우리는 그것을
한자 그대로 ‘낭만’이라고 읽고 있는 겁니다.
이 얼마나 낯부끄러운 일입니까.
차라리 ‘로맨스’라고 읽고 읽는 게 낫지,
낭만이 뭡니까, 낭만이...
더 가슴 아픈 것은 우리 주변에 이런 게 한두 개가 아니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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