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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렸던 우리말편지입니다.
[기라성 같은 사람들 >> 대단한 사람들]
이제는 비가 그쳐도 좋으련만......
요즘 제가 근무하는 회사에서 을지훈련 중입니다.
어제는 제가 상황실에서 근무하는 날이었죠.
아침에 상황실 일을 교대하고 있는데,
마침 높으신 분이 오시더니,
“이번 근무조는 기라성 같은 사람들이라서 상황실이 잘 돌아가겠네!”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직원을 격려해 주시는 것은 좋은데,
‘기라성’이라는 말은 영 거슬리네요.
아시는 것처럼 기라성은 일본말입니다.
기라성(綺羅星, きらぼし[기라보시])에서,
‘기라(きら[기라])’는 일본어로 반짝인다는 뜻이고,
성(星)은 별입니다.
따라서 말 그대로 풀면,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 또는,
그런 실력자들이 늘어선 것을 비유하는 말이죠.
이렇게 일본말이
우리 생활주변에 남아있는 게 많습니다.
몇 개만 예를 들어보죠.
지금은 별로 쓰지 않지만,
‘지하철에서 쓰리 당했다’ 할 때,
‘쓰리(すり[쓰리])’는 ‘소매치기’라는 일본말입니다.
‘이번 회식비는 각자 분빠이 하자’할 때,
분빠이(ぶんぱい[분빠이])는 ‘分配’를 일본식 발음대로 읽은 것입니다.
야미(やみ[야미])라는 말은 ‘뒷거래, 뒤,
암거래’를 뜻하는 일본어고,
삐까삐까(ぴかぴか[삐까삐까])는 ‘번쩍번쩍 윤이 나며 반짝이는 모양’을 나타내는 일본어 의태어입니다.
유도리(ゆとり[유도리]) 대신 ‘융통성, 여유’를 쓰면 되고,
노가다(土方, どかた[도가다]) 대신 ‘노동, 막일’을
쓰면 되며,
무대포(無鐵砲, むてっぽう[무뎃뽀우]) 대신 ‘막무가내’라는 우리말이 있고,
찌라시(散らし, ちらし[찌라시]) 대신 ‘광고 쪽지’나 ‘광고지’라고 쓰면 됩니다.
차에 기스(傷, きず[기스])가 난 게 아니라 ‘흠집’이 생긴 것이며,
사장님에게 구사리(腐り, くさり[쿠사리])를 먹은 게 아니라 ‘면박’당한 것입니다.
차에 연료를 입빠이(一杯, いっぱい[잇빠이])넣거나
만땅(滿タン, まんタン[만땅]) 채울 필요 없이,
‘가득’ 채우면 됩니다.
며칠 전이 광복 60주년 이었습니다.
친일파 후손이 땅을 찾기 위해 내는 더러운 소송을 보면서 광분만 할 게 아니라,
내가 쓰는 말 중,
나도 모르게 쓰고 있는 일본말은 없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는 하루로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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