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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 입니다.
[능소화의 전설]
제가 농사를 짓다 보니,
농업이나 자연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야 먹고 사니까요...
지난 주말에 정읍에 갔다가 잠시 김제를 들렀는데요.
그곳에서 능소화를 봤습니다.
한 시골집 사립에 걸려있더군요.
그 능소화를 보니 불쌍한 한 여인이 생각나서...
오늘은 우리말 때려치우고,
그 능소화에 얽힌 전설이나 이야기할게요.
옛날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어느 날 속없는 임금이 행차하는데 한 마을에 어여쁜 처자가 있는 겁니다.
이 임금은 그 처자를 불러 며칠 간 꿈같은 시간을 보냈죠.
그리고 그 마을을 떠나면서 해서는 안 될 말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나죠.
“내가 궁궐로 돌아가면서 너를 데려갈 터이니 그동안 몸조심하고 기다리고 있거라...”
그냥 떠나기 아쉬워서 남긴 이 한마디 말을 믿고
그 처자는 날이면 날마다 마루 끝에 나와 지나가는 임금을 기다렸죠.
그러나...당연히(?) 임금은 그 말을
잊어버렸고,
그 처자는 하염없이 임금을 기다리다 결국에는 죽고 말죠.
그 처자의 이름이 소화입니다.
옛이야기는 이런데,
능소화가 가진 여러 가지 특징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생겨난 거겠죠.
이 능소화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먼저, 능소화는 흔히 양반꽃 이라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능소화의 전설에 나오듯이 임금을 기다리는 한 여자의 정조가 있으므로,
옛날 양반들이 자기 집 딸이 간택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집안에 능소화를 심었죠.
당연히 일반 평민들이 능소화를 집에 심다 걸리면,
그놈의 양반들에게 죽도록 얻어터졌겠죠.
두 번째 특징은,
꽃이 떨어지는 시깁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꽃은,
꽃망울이 맺히고, 거기서 꽃을 피워 아름다운 자태를 한껏 뽐낸 후
꽃이 시들해지면 떨어지게 되는데요.
이 능소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자태를 가진 처자가
지아비 임금을 기다리다 죽은 꽃이기 때문에 일반 꽃과는 좀 다릅니다.
능소화는 꽃망울이 맺혀 꽃이 피고 한껏 아름다움을 뽐낼 때,
꽃이 뚝 떨어집니다.
꽃이 시들기 직전에, 아름다움을 한창 간직한 채 온몸을 던지는 거죠.
가슴 아프죠?
세 번째 특징은,
능소화가 가진 독입니다.
한 여자가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지아비 임금을 보지 못한 채 한을 간직하고 죽은 꽃이기 때문에,
꽃 속에 독이 있습니다.
그 꽃을 만진 손으로 눈을 비비면 눈이 멀 정도로 강한 독이죠.
여자의 한이랄까...
네 번째 특징은,
특징이라 하기는 좀 거시기 하지만,
긴 시간동안, 오랫동안 꽃을 피운다는 겁니다.
하긴, 백일동안 꽃을 피워 백일홍이라고도 하는 배롱나무도 있지만,
이 능소화도 꽃을 오랫동안 피웁니다.
시들지 않은 아름다운 자태로 임금을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는 거죠...
한여름 긴 시간동안 우리들 눈을 기쁘게 해 주는 능소화에도 이런 슬픈 전설이 있답니다.
능소화가 어떤 꽃인지 궁금하시죠?
김제에서 찍은 능소화 사진을 올립니다.
꽃을 보시면, “아~~ 이 꽃!”하고 금방 아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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