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03] 우리말) 현훈? 어지러움!

조회 수 7577 추천 수 0 2011.08.03 09:48:23

 

이렇게 어려운 의약품 설명이
일부러 그랬건 모르고 그랬건 간에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은 확실합니다.
읽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일방적인 떠벌림은 소비자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

어제 염좌라는 어려운 말을 쓰지 않고 삠이라는 쉬운 말을 쓰는 게 좋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 이야기 좀 더 해볼게요.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지난 2002 '일반의약품 표시기재 가이드라인'을 발표해서
어려운 한자어로 된 의약품 설명을 쉽게 풀어쓰라고 권고한 적이 있습니다.

전문용어라서 쉬운 우리말로 바꾸면 조금씩 뜻이 다를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보통사람들이 쉽게 알아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설명을 아무리 잘해놔도 사람들이 알아먹지를 못하면 말짱 꽝이잖아요. ^^*

어려운 낱말 몇 개 풀어봅니다.

열창 찢긴 상처(피부가 찢어짐)
소양증 가려움(몸 안에 열이 많거나 피가 부족하여서 피부가 가려운 병증)
난청 잘 안 들림(청력이 저하 또는 손실된 상태)
동통 몸이 쑤시고 아픔
이명 귀울림
현기 어지럼
발한 땀 내기
토혈 피를 토함
계안 티눈
객담 가래
고창() 복부 팽만감
담마진 두드러기
동계/심계항진 두근거림
맥립종 다래끼
농양 고름집
화농 곪음(외상을 입은 피부나 각종 장기에 고름이 생기는 것)
건선 마른버짐
현훈 어지럼
개선 옴
섬망 헛소리

이렇게 어려운 의약품 설명이
일부러 그랬건 모르고 그랬건 간에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은 확실합니다.
읽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일방적인 떠벌림은 소비자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입니다.

제가 우리말 편지를 보낸 게 벌써 8년쯤 지난 것 같네요.
편지를 보내게 된 계기는 몇 가지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어려운 낱말을 쉽게 풀어쓰고 싶어서였습니다.
제가 습관적으로 쓰던,
다비하면 도복한다, 과습하면 열과하니 독농가를 찾아가 학습하라는 따위의 말을 쉽게 풀어서 글을 쓰거나 농업인들께 설명해 드리고자 우리말을 공부하였고, 그것을 나누는 게 지금까지 왔네요. ^^*

앞으로도 제 힘 닿는 데까지 꾸준히 우리말 편지를 보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 입니다.


[
한번/한 번]

어제는 우리말편지를 못 받으셨죠? 지금 회사일로 밖에 나와 있어서 못 보냈습니다.

어제는 우연한 기회에,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보내고 계시는 고도원 님을 만났습니다.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듣고,
마침 제 차에 두고 읽고 있던,
‘부모님 살아계실 때 꼭 해 드려야 할 45가지’라는 책에 사인도 받았습니다.
언제 한번 꼭 뵙고 싶었던 분인데,
참 좋은 기회였습니다.

오늘은 ‘한번’ 띄어쓰기입니다.
‘언제 한번 꼭 뵙고 싶었던.0.’에서 ‘한번’을 어떻게 써야 할까요?
‘한 번’이라고 띄어 써야할지, ‘한번’이라고 붙여 써야할지...

가르는 방법은
‘번()’이 차례나 일의 횟수를 나타내는 경우에는
‘한 번’, ‘두 번’, ‘세 번’과 같이 띄어서 써야 합니다.

그러나
‘한번’이 “어떤 일을 시험 삼아 시도해보다”라는 뜻일 때는 붙여 씁니다.
한번 먹어 보다/제가 일단 한번 해 보겠습니다/한번 엎지른 물은 다시 주워담지 못한다/언제 술 한잔하자
와 같은 경우는 붙여 씁니다.

좀 헷갈리신가요?
그럼 이렇게 외워두세요.
‘한번’을 ‘두 번’, ‘세 번’으로 바꿔서 뜻이 통하면 ‘한 번’으로 띄어 쓰고
그렇지 않으면 ‘한번’으로 붙여 쓴다고...

‘두 번’이나 ‘세 번’으로 바꿔서 말이 된다는 것은 횟수를 나타내는 매인이름씨(의존명사)로 쓰였다는 말이므로 띄어 써야 하죠.
그러나 ‘언제 술 한잔 하자’에서는
언제 만나서 딱 한 잔만 마시자는 의미가 아니잖아요.
“간단하게 한 차례 마시는 술”을 뜻하잖아요. 그래서 붙여 써야 하는 거죠.

다시 보기를 들면,
“실패하든 성공하든 한번 해 보자”라는 말은,
‘두 번’으로 바꾸면 뜻이 통하지 않으므로 ‘한번’으로 붙여 쓰는 게 맞고,
“한 번 실패하더라도 두 번, 세 번 다시 도전하자”라는 ‘두 번’으로 바꾸어도 뜻이 통하므로 ‘한 번’으로 띄어 씁니다.

목포 바닷가 공기가 참 좋네요.
오늘도 좋은 생각 많이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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