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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 입니다.
[철퇴?]
조금 전 점심시간에 직원들과 족구를 했는데, 그만 지고 말았습니다.
돈 따먹기를 해야 재밌는데, 그런 게 없다보니...
정신 좀 가다듬을 겸, 편지나 하나 더 보낼게요.
아침에 본 텔레비전 뉴스에서,
학위를 위조한 가짜 학원강사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화면 아래쪽 자막에는,
‘가짜 강사 철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몇 달 전 신문에,
‘법원 ’알박기‘에 철퇴…부당이득 반환 판결’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었습니다.
건축현장 등에서 소규모 토지를 가지고 있는 지주가
거액의 땅값 보상을 노리고 토지매각을 거부하는
이른바 ‘알박기’ 행위에 법원이 철퇴를 내렸다는 기사의 제목이죠.
오늘은 ‘철퇴’ 이야기를 좀 드릴게요.
법원에서 알박기하는 사람들을 강하게 지도 단속한다는 뜻으로,
가짜 학원 강사를 잡아서 족친다는 뜻으로,
철퇴라는 낱말을 썼지만,
철퇴는 이 아름다운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너무 강한 말입니다.
언론에서 쓰는 말치고는 너무 강해요.
철퇴(鐵槌)는
끝이 둥그렇고 울퉁불퉁한 여섯 자 정도 길이의 쇠몽둥이로
적을 쳐 죽이는 데 쓰는 도구입니다.
곧, 사람을 때려죽이는 쇠 몽둥입니다.
법원에서 아무리 강하게 지도 단속한다고,
설마 사람을 쇠몽둥이로 때려 죽이기야 하겠어요?
가짜 학원강사를 잡아서 강제 출국을 시키지 설마하니 때려죽이기야 하겠냐고요.
언론부터 이런 낱말을 쓰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이번에 법원에서 나온 판결보다 더 강한 판결이 나오면
그때는 뭐라고 제목을 뽑을 거죠?
가짜 학원강사를 강제 출국시키지 않고, 구속한다면 그때는 어떤 낱말을 쓰실거죠?
‘철퇴’보다 크고 강하다는 뜻으로 ‘태철퇴’라는 낱말라도 만들어서 쓰실 건가요?
가능하면 이런 말을 쓰지 말아야 합니다.
자꾸 하는 말이지만,
언론이 사회의 어두운 곳, 더럽고 썩은 곳만을 찾아 조지는데 열을 올리지 말고,
사회의 아름다운 면을 국민에게 알리는 데도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래야 아름다운 사회가 되죠.
말과 글은 우리 사회의 표현이고, 쓰는 사람의 인격입니다.
가능하면 곱고 아름다운 말을 많이 쓰는 게 좋지 않겠어요?
오늘은 아름다운 말을 많이 골라 쓰시는 하루로 보내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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