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 입니다.
[껍질/껍데기]
주말 잘 보내셨어요?
저는 금요일 저녁에 부천에 가서 일요일 오전까지 퍼지게 잘 놀았습니다.
혹시 SBS에서 주말 저녁에 방송하는 ‘프라하의 연인’이라는 연속극 보세요?
지난 토요일 저녁에 저도 그 방송을 봤는데요.
드라마 대사가 참 재밌더군요. 감칠맛 난다는 표현이 딱 어울려요.
주인공들 연기도 좋고...
지난 토요일 방송 내용 가운데,
여자 주인공이 홍합을 애써 까고 있는 것을 보고,
남자 주인공이 날름 가져가서 알맹이는 자기가 먹고 껍데기만 여자 주인공에게 주면서,
“조개는 껍질이 맛있데...”라면서 깐죽거리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분위기는 좋은데, 맞춤법은 틀렸네요.
한 20여 년 전에 유행하던 노래 중에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라는 가사를 가진 노래가 있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조개껍질‘이라는 말도 옳은 표현이 아닙니다.
‘껍질’과 ‘껍데기’는 그 뜻이 비슷한 것 같지만 사용하는 데는 분명한 차이가 있죠.
우선 ‘껍질’이라는 말은 딱딱하지 않은,
무른 물체의 거죽을 싸고 있는 질긴 물질의 켜를 나타내는 낱말입니다.
‘사과 껍질을 벗긴다.’나 ‘포도를 껍질째 먹는다.’
등으로 활용할 수 있죠.
때로는 ‘껍질’이라는 말 대신에 ‘깍지’라는 말을 사용할 때도 있고요.
콩 따위의 알맹이를 까낸 꼬투리를 가리켜 ’콩깍지‘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콩깍지를 깐다’는 것도 말이 안 되죠.
알맹이를 까 낸 꼬투리가 ‘깍지’인데, 이를 어떻게 더 깔 수가 있겠어요.
반면에, ‘껍데기’라는 말은 달걀이나 조개 같은 것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조개껍질’이 아니라 ‘조개껍데기’고,
‘달걀 껍질’이 아니라 ‘달걀 껍데기’가 옳은 표현입니다.
또 ‘껍데기’는,
알맹이는 빼내고 겉에 남은 것을 뜻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불의 속 알맹이를 빼내고 겉에 이불을 쌌던 것을 ‘이불 껍데기’라고도 부릅니다.
정리해 보면,
“달걀이나 조개 따위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은 ‘껍데기’고,
‘껍질’은 “딱딱하지 않은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질긴 물질의 켜”를 말합니다.
이번 주도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