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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광어 -->> 넙치]
요즘은 포장마차에서 회도 파네요.
회 이야기에 앞서서,
설마, 아직도 ‘곰장어’나 ‘아나고’를 주문하지는 않으시겠죠?
‘곰장어’는 ‘갯장어’나 ‘먹장어’라고 해야 하고,
‘아나고’는 ‘붕장어’라고 해야 합니다.
회 이야기로 돌아와서,
횟감으로 가장 흔한 게 ‘광어’와 ‘도다리’겠죠?
도다리는 우리말을 쓰면서 광어는 왜 안 쓰는지...
광어(廣魚)에 맞대는 우리말이 뭔지 아세요?
그게 바로 ‘넙치’입니다.
‘넙치’를 두고 ‘광어’라는 한자말을 쓸 아무런 까닭이 없습니다.
설마하니, ‘넙치’라고 하면 회 맛이 떨어지고,
‘광어’라고 해야 회 맛이 나는 것은 아니겠죠?
한 가지만 더 하자면...
‘생선회’를 ‘사시미’라고 하지는 않으시죠?
지금도 가끔 ‘사시미’라는 낱말을 듣긴 하는데요.
이 ‘사시미’는 일본어로 刺身[さしみ]입니다.
한자를 풀어보면,
찌를 자(刺), 몸 신(身) 자를 써서
칼로 고기의 몸을 찌른다는 뜻입니다.
신선한 생선을 회로 먹는 것은 좋지만,
한자가 좀 거시기하죠?
이런 거시기한 한자를 굳이 쓸 필요가 없고,
더군다나 일본어 ‘사시미’를 쓸 필요도 없겠죠.
오늘은 잔소리가 좀 길었네요.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저는 오늘 서울에 갑니다.
보태기)
편지 내용 중,
‘손님이 술 한잔하려는데 안주가 없을까봐...’에서
‘한잔하려는데’를 ‘한 잔 하려는데’처럼 띄어 쓰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답은
‘한잔하다’라는 낱말이 국어사전에 있기 때문입니다.
사전에 있는 낱말은 붙여 쓴다고 말씀드렸죠?
‘한잔하다’는
“간단하게 한 차례 술을 마시다.”는 뜻입니다.
이 편지를 보시고 최철영 님이 시를 보내오셨습니다.
박사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오늘은 넙치 이야기가 나와서
최근에 지은 저의 졸시 한 편을 소개할까 합니다.
"시선"
더는 내려갈 수 없는 바닥
숨 죽여 엎드려 사는 족속들에게도
단호한 시선이 있다.
왼쪽 눈
좌파 넙치
오른쪽 눈
우파 도다리
저마다의
쏠린 눈으로
세상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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