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터울]
며칠 전에 오랜만에 고향 후배를 만났습니다. 자기가 존경하는 분이라면서 같은 회사에 다니는 선배 한 분을 모시고 왔더군요.
저를 그 사람에게 소개하면서, “이 분은 이러저러한 사람이고, 몇 학번이고, 저와는 세 살 터울입니다.”라고 하더군요.
아니, 이런..., 이런 망발이 있나... 세 살 터울이라니... 내가 알기로 돌아가신 아버님이 바람을 피운 적이 없는데... 근데 나에게 세 살 터울의 동생이 있다고? 고향에 계신 어머니에게 전화해서 여쭤봐야 하나?
‘터울’은 좋은 우리말이지만, 나이 차이를 말하는 그런 낱말이 아닙니다. ‘터울’은, “한 어머니의 먼저 낳은 아이와 다음에 낳은 아이와의 나이 차이”를 말합니다. 형제자매간에만 쓸 수 있는 낱말입니다.
이런 ‘터울’이라는 낱말을, 자기 선배에게 저를 소개하면서, 세 살 터울이라고 하면, 그 후배와 제가 배다른 형제, 아니, 아버지가 다른 형제라는 말밖에 더 되느냐고요.
웬만한 잘못은 그냥 넘어가겠는데, 이것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더군요. 잘못하면 제 부모를 욕되게 하는 일이기에...
첫 술잔이 돌자마자 잔소리를 좀 했습니다. “터울은...어쩌고 저쩌고...” 다행히(?) 후배가 말을 잘 받아주고, 같이 오신 선배님이 이해해 주셔서 기분 좋은 자리로 끝나고, 나중에는 그 선배와 제가 너나들이하기로 했습니다. 역시 술은 좋은 겁니다.
터울이라는 낱말은 함부로 쓸 게 아닙니다.
보태기) 자기의 “남자인 어버이”를 ‘아버지’라고 해야지, ‘아버님’이라고 하면 안 됩니다. ‘아버님’은 남의 아버지, 시아버지, 돌아가신 내 아버지에게 써야 합니다.
너나들이 : 서로 너니 나니 하고 부르며 허물없이 말을 건넴. 또는 그런 사이 |